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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환승 / 임솔아

가짜시인! 2014. 9. 15. 18:48

환승

 

                   임 솔 아

 

 무결한 중심각을 지닌 사람들이 자전거의 미끈한 바큇살처럼 유유히 굴러갈 때

 이를 가는 마음으로 절름발이는 지면에 다리를 간다 슬개골이 무릎보다 더 커진다

 

 절름발이 별이 우주에서 끝없이 고리의 반쪽을 절고 있다 불완전한 궤도로서 다른 별의완전한 궤도를 침입하고 있다

 

 수많은 별똥별들이 구골(狗骨) 열매인 양 떨어진다

 작은 짐승들은 신의 눈물을 보듯 경건해진다

 절름발이만이 우리들 중 유일하게 우주에 개입하고 있다

 

 절름발이가 걸어간다 가장 가까운 자성부터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을 몸소 실천하면서 가드레일을 자기 몸으로 환치하면서

뒤쪽에서 걷는 사람들과 더 가까워 지면서 일호선에서 이호선으로 차가운 손잡이에서 더 차가운 승객에게로 자기 몸을 옮

기면서

 

삼박자로 걷는 개가 평행우주처럼 지상에서 건널목을 기웃댄다 한 우주가 두 우주를 업고 따라온다

 

공기의 틈새를 엿보고 너는 절름발이가 된다 태엽이 고장난 오르골의 발레리나처럼 삐걱거리며 계단 하나를 짚고 서 있을 때

 

 

 

♥가짜시인의 단상

 

어떤 것이 완전체이고 또 어떤 것이 불완전체인가?

편견은 다만 불완전한 눈을 가진이의 장애일 뿐.

시를 읽고 가슴 찡해본 적은 있으나, 이렇듯 아파본 적은 없었다.

시어 하나하나가 송곳이요 유리조각이며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게 달려든다.

'차가운 손잡이에서 더 차가운 승객에게로' 라는 행에 시선이 머물렀을 때

그 승객은 오롯이 나였고 너였을 터.

저 절름발이는(이 단어를 쓰고 읽는 것 조차도 나는 아프다) 

어서 빨리 환승하고 싶을 것이다. 저 지하철을, 이 지구를, 이 우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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