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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예의 / 임솔아 본문
예의
임솔아
명절처럼 한 사람씩 모여들었다
식구들은 자꾸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실 물을 가져다주었고
따뜻하게 덮어줄 담요를 가져다주었다
개를 위할수록 개는 혼자가 되었다
개는 헐떡였다
헐떡거리지만 웃는 것 같았다
주섬주섬 카펫 바깥으로 기어가 오줌을 쌌고
그 위에 쓰러졌다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식구들은 번갈아 머리를 받쳐주었다
어린 개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잘 가 깜지야 가라고 하지마 얘가 들어
먼저 자 출근해야잖아 같이 기다릴 거야 같이 뭐를 기다리는데?
눈을 감겨줄래 손 치워 숨을 못 쉬잖아 죽었잖아
사랑하는 목숨이 숨을 거두는 동안
우리는 충분히 우스꽝스러웠다
개의 시체를 토마토 상자에 넣고
차가운 데에 두자며 현관으로 옮겼다
식구들은 옹기종기 누워 잠을 청했다
♥가짜시인의 단상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시 앞에 앉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바쁜 와중에도 흘러가듯 시를 읽었으나
의자를 당겨 앉을 만큼의 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나는 한 편의 시를 옮겨 적으면서 오랜만에 시를 읽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예의.
제목 치고는 확 당기는 맛이 없었지만 임솔아라는 시인의 이름에 대한 믿음으로 읽어내려 간 것이다.
이 젊은 시인은 신춘문예 이후 어떻게 변했을까...자못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시인을 아는 것도 아니지만
처음 만난 그녀의 시가 참 인상 깊었던 때문이기도 했다.
시의 온도가 높다.
최근 시인들이 말하는 지점에 촛점을 맞추기 힘들었던 나로서는 선명하게 보이는 이 시가 눈을 즐겁게 하고
시 속에 녹아든 온기가 내 피의 온도와 비슷하여 친근감이 있다.
강요된 침묵은 평화가 아니다....라는 말이 이럴 경우에 어울릴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냥 쓰기로 한다.
진정한 예의는 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형식적인 예우가 아니라 마음을 주고 받으며
살을 비빈 개 한마리에게라도 진심을 다하여 죽음을 지키는 것이라는 데 대해 미칠듯이 공감한다.
예의 또한 진정성이 빠지면 그 단어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강요된 침묵처럼 말이다.
결국 시인은 우리가 현실에서 맺는 관계의 진정성에 대한 그리고, 잃어가고 있는 우리 세대의 온기에 대해
돌아보라는 메세지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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