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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앨범 3/ 김상미 _ 시하늘 통신 블로그에서 옮긴 글 본문
시인 앨범 3/ 김상미
시를 우습게 보는 시인도 싫고, 시가 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시인도 싫고, 취미(장난)삼아 시를 쓴다는 시인도 싫고, 남의 시에 대해 핏대 올리는 시인도 싫고, 발표지면에 따라 시 계급을 매기며 으쓱해하는 시인도 싫다.
남의 시를 훔쳐와 제것처럼 쓰는 시인도 싫고, 조금씩 마주보고 싶지 않은 시인이 생기는 것도 싫고, 文化林의 나뭇가지 위에서 원숭이처럼 재주 피우는 시인도 싫고, 밥먹듯 약속을 어기는 시인도 싫고, 말끝마다 한숨이 걸려 있는 시인도 싫다.
성질은 못돼 먹어도 시만 잘 쓰면 된다는 시인도 싫고, 시는 못 쓰는 데 마음씨는 기차게 좋은 시인도 싫고, 학연, 지연을 후광처럼 업고 다니며 나풀대는 시인도 싫고, 앉았다 하면 거짓말만 해대는 시인도 싫고, 독버섯을 그냥 버섯이라고 우기는 시인도 싫고, 싫어…
2004년 마지막 달, 시인들만 모이는 송년회장에서 가장 못난 시인이 되어 시야 침을 뱉든 말든 술잔만 내리 꺾다 바람 쌩쌩한 골목길에 쭈그려 앉아 싫다, 싫다한 시인들 차례로 게워내고 나니
니체란 사나이, 내 뒤통수를 탁 치며, 그래서 내가 경고했잖아. 같은 동류끼리는 미워하지도 말고 사랑하지도 말라고! 벌써 그 말을 잊은 건 아니겠지? 까르르 웃어 제치더군. 바람 쌩쌩 부는 골목길에서
- 시집『잡히지 않는 나비』(천년의 시작,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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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마어마하게 고상한 것으로 생각하고, 시인을 엄청나게 고매한 사람으로 여겼던 때가 있었다. 여전히 시는 잘 모르지만 시인에 대해서는 직간접으로 경험한 바에 근거하여 나도 조금은 그 느낌을 고쳐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관둘란다. 여기서 언급한 보기 싫은 시인, 게워내고 싶은 시인, 남의 시를 훔쳐와 제것처럼 쓰는 시인에 보태어 시인을 싸잡아 더 욕보이고 싶지는 않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시인도 이 저주에서 온전히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 시를 쓴 시인마저도 열외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는 시인과 엄격히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이 효용성과 수용성 측면에서 온당하며 독자의 심신에도 이롭지 싶다. 때로 시는 시인의 광기이며 황홀경이고 로고스이기도 하는 것인데, 독자로서는 다만 취할 것만 삼키고 버릴 것은 간도 보지 말고 내뱉으면 되리라. 시는 시인의 경험이며 감정이고 직관이며 방향성 없는 사유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인만큼 사물과 현상을 광폭으로 미세하게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을 터. 우리는 그런 시인의 겹눈과 시의 통로를 통해 세상과 폭넓게 사귀는 재미만 구가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시의 효용과 폐악에 대해서는 따로 논할 기회가 있으리라. '니체란 사나이'가 시인의 '뒤통수를 탁 치며' 경고했던 '같은 동류끼리는 미워하지도 말고 사랑하지도 말라고'한 말에도 덧붙이고 싶은 생각이 없진 않지만 그 또한 나중으로 미룬다. 그동안 시 읽기를 통해 나자신 삶을 가다듬고 지혜를 얻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재미와 교양으로서의 기능도 솔찮을 것이란 생각으로 꽉찬 지난 5년간 거의 매일 독자와 함께 시를 읽어왔다. '바람 쌩쌩 부는 골목길에서' 이젠 슬슬 몸이 비틀리고 힘도 부치는데다가 옆에서 쌀독을 빡빡 긁어대는 소리도 들려 이 짓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맛이 있든 없든 그동안 변변찮은 단상을 붙여 소개한 시들을 아껴 읽어주신 독자들께는 머리 깊숙이 숙여 감사를 드린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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