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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어슬렁, 거기 / 나호열

가짜시인! 2013. 1. 18. 08:46

 

어슬렁, 거기

                     - 거진에서

 

                                            나호열

 

 

 

빨간 심장을 닮은 우체통엔 방파제를 넘어온 파도가 팔딱거리고

 

 

그 옆 딸깍 목젖을 젖히며 그리운 이름을 부르는 공중전화는 수평선에 가 닿는다

 

 

신호등은 있으나마나

 

 

건너가고 싶으면 건너고 멈추고 싶으면 그만인

 

 

언제나 토요일 오후 그 시간에 느리게 서 있는

 

 

십 분만 걸어 나가도 한 세상의 끝이 보이는 곳

 

 

어슬렁, 거기

 

 

집에서 무덤까지 그 사이

 

 

♥가짜시인의 단상

 

거진은 이제 지명을 떠나 내가 가고 싶은 곳, 일상을 버리고 내가 존재하고 싶은 곳, 거기 이다.

'집에서 무덤까지 그 사이'

집은 현재 이면서 현실이고 무덤은 미래 이면서 언젠가는 가서 닿아야 하는 종착지.우리는 모두 그 시간과 공간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사이'라는 말,그것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그리고 아무도 없는 절대 고독의 어느 지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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