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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낭만적 노동자 / 손순미

가짜시인! 2013. 1. 20. 13:11

낭만적 노동자

                      손순미

 

나는 매우 바쁘다 공원 귀퉁이에서 바람을 감상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다 대낮에 밴치를 다 차지하기에 좀

미안한 일지지만 뭐 그쯤은 이해받고 싶다 구름이 몰려오는 것 꽃과 풀이 자라는 것 새와 나비가 날아오는

것을 구경한다 이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나도 너무 바쁘다 해가 옮겨 가

는 것 꽃이 말라가는 것 비둘기가 죽고 고양이가 태어나는 것 중요한 일이다

 

나의 일과는 매우 바쁘다 노을이 지는 것과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과 쌈박질을 하는 자들과 주린 배를 움켜

쥐는 사람들을 지켜봐야 한다  나는 이 공원에서의 일을 자주 체크한다 이만한 노동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나는 이 공원의 전문가다 내가 빈둥거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너무 바쁘고 나도 너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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