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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시 사랑 / 복효근 본문
난해시 사랑
복효근
난 난해시가 좋다
난해시는 쉬워서 좋다
처음만 읽어도 된다
처음은 건너뛰고 중간만 읽어도 한 구절만 읽어도 끝부분만 읽어도 된다
똑같이 난해하니까 느낌도 같으니까
난 난해시가 좋다
난해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 사람도 나하고 같이 느낄 테니까
인상적인 한 구절만 언급하면 된다
더구나 지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니까
그런 시를 쓰는 시인은 많이 배웠겠다 싶다
그런 시를 언급할 정도면, 더구나
좋다 말할 정도면 고급독자이겠다 싶다
난 난해시가 좋다
독자가 어떻게 이해하든 독자의 몫이라고 존중해주니까
내 느낌 내 생각 다 옳다잖아
나도 그 정도는 시는 쓰겠다 싶어 나를 턱없이 자신감에 넘치게 하는 시
나도 시인이 될 수 있겠다 하고 용기를 갖게 하는 시
개성 있어 보이잖아
남 눈치 안 보고 얼마나 자유로운지
적당히 상대를 무시해 보이는, 그래서 있어 보이는 시
단숨에 두보도 미당도 뛰어넘어 보이는 시
난 난해시가 난해시인이 좋다
죽었다 깨나도 나는 갖지 못할 보석을 걸친 여인처럼
나는 못 가진 것을, 못하는 것을 갖고 하니까
나도 난해시를 써보고 싶다
그들처럼 주목 받고 싶다
평론가들이, 매우 지적인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그들이 나는 부럽다
그런 것도 못하는 치들을 내려다보며
어깨에 당당히 힘을 모으며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다
♥가짜시인의 단상
고등학교, 아니 중학교 시절 부터 수학이란 과목은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시간이 아침 일찍 있으면 수학책 옆에 국어책을 펴놓고, 점심 시간 부근에 있으면 도시락을 먹는 시간이었으며 점심 시간 이후에 있으면 오후의 달콤한 수면을 취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였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수학의 오묘한 진리와 철학, 그리고 산만한 이론이 축약된 공식들에 대하여 높이 평가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미분과 적분을 배웠으되 흥미를 못느낄 뿐이고, 내 두뇌의 특정 부분이 이른 나이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기에 말이다.
난해시가 내게는 그렇다.
복효근 시인의 이 詩를 만나면서 사실 아주 조금 통쾌함을 느꼈다. 입술 끝에서 달싹거리는 말을 성질 급한 누군가가 대신 뱉어 줄 때의 그 통쾌함이란!
난해시란 내게는 수학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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