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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 곽재구 본문
사평역 · 沙平驛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가짜시인의 단상
반복해서 읽어도 지겹지 않다. 글을 덮고 얼마가 지난 후 다시 이 시를 찾게 된다.
있지도 않은 '사평역'을 시인은 어떻게 이리도 그림처럼 그려낼 수 있었을까.
시인이 바라본, 상상했던 역의 이름을 그냥 쓰기에는 뭔가 2% 부족했던 것일까.
한 폭의 그림을 보고 시를 짓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한 편의 시를 보고 세밀한 터치 까지도 가늠해 볼 수 있는 그림을 상상할 수는 있다.
어쩌면 나는 글쟁이 보다는 환쟁이가 더 적성에 맞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비교적 긴 시 이지만 행간과 시의 이면에 더 큰 이야기가 있음을 느낀다.
간이역에 가보고 싶다. 기차도 사람도 가끔씩 가고 또 오는.
그곳에는 내가 현재에서 자주 놓고 다니는 '생각' 이란게 작은 나무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것 같다.
그 의자에 앉고 싶다.
세상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서, 한세상 푹 잊어 버리고 나도 잊어 버리고
그렇게 한참을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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