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숨쉬기도 미안한 4월 / 함민복 본문

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숨쉬기도 미안한 4월 / 함민복

가짜시인! 2019. 4. 16. 15:45

숨쉬기도 미안한 4월 

 

 

                     함 민 복


 

배가 더 기울까 봐 끝까지
솟아 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 혼자를 버리고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가능케 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 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 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 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 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 공기, 숨 쉬기도 미안한 사월



 

'나의 편린들 > 내가 읽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날의 풍경 / 김종휘  (0) 2019.07.12
궁리 / 권오영  (0) 2019.06.08
풀리다 /이병률  (0) 2019.03.20
늦게 오는 사람 / 이잠  (0) 2019.02.11
싶을 때가 있다 / 이초우  (0) 2019.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