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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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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시인! 2018. 8. 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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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거울을 본 적 없는 이의 눈동자는

타인의 기억들로 가득하겠지

내가 찍은 단체 사진처럼 나는 없던 사람

 

거울을 처음 본 순간부터 불행해졌다

어느 날 저 평면의 타인이 나를 정독한 후로

마침내 알게 된 일인칭의 세상

 

세상은 나와 배경만 존재하는 모놀로그 무대

네가 찍은 단체사진 속에는 나만 있고 

혼자 등장한 무대 위에서 나는

쓸모 잃은 말들을 폐품처럼 뒤적여 본다 

아직 사람 냄새가 가시지 않은 타인이란 단어가

빈 병과 함께 잡담 속에 뒤섞여 있다

 

한 치의 틈도 없이 세상을 막아서는 거울

서로 비켜서지 않으면 그대로 벽이 되는 우리

타협처럼 손을 내밀어 보지만

나는 오른손, 그는 왼손

결국 그도 온전한 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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