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비스듬히 본문

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비스듬히

가짜시인! 2018. 8. 6. 14:07

비스듬히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꼿꼿한 자세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과 사람의 틈

 

비스듬히 보아야

세상이 살갑게 보일 때가 있다

예의처럼 허리를 숙여야 오를 수 있는 산비탈 집들

첫차에 등을 기댄 새벽의 사람들

 

기대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

손 내밀고 어깨 주는 것은

언제나 비스듬한 것들

 

삐딱하다는 것은

홀로 세상에 각을 세우는 일이지만

비스듬하다는 말은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는 일

 

더러는 술병을 기울이면서

비스듬히 건네는 말이

술잔보다 따듯하게 차오를 때가 있다

'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사 _ 전형철 시인/문학평론가  (0) 2018.08.06
모놀로그   (0) 2018.08.06
꽃잎에 어깨를 맞았다  (0) 2018.08.06
별자리  (0) 2018.08.06
저, 골목  (0) 201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