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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저, 골목

가짜시인! 2018. 8. 6. 14:05

저, 골목

 

 

 

어둠이 슬슬 노숙을 준비하는 오후의 골목

저 속의 하루를 들여다 본 적이 있다

하루를 딛고 온 신발 밑창만큼

날마다 방전 되는 닳은 나이들과

중모리풍 보폭으로 교문을 나서는 지친 나이들이

짧은 휴식처럼 모이는 저, 골목

어지러운 길 끝을 소용돌이치며 사라지는

하루, 어둠의 증언을 따라 나는 미행하듯

시선을 옮기며 사라진 것들의 행방을 쫓는다

가늘고 긴 저, 골목이 수액 줄같이 꽂혀 있는

여기는 슬픔의 군락지

오후가, 어둠이, 그리고 몇몇 나이들이

끝내 서로를 버리지 못하고 길 끝의 하루에 기대 서 있다

한 방울 다시 한 방울

밤이 이슥하도록 밖을 들여 슬픔을 희석하는 저, 골목

날이 새면 묽어진 슬픔이

다시

골목을 쏟아져 나오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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