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등고선 외 4편
김 시 언
내려가야 닿을 수 있는 산정이 있다
침침한 지하 속을 걸어 오르는 산,
지층과 지층 사이
반지하 쪽방 곰팡이 핀 벽지를 뜯어낸다
벽지 속에 첩첩이 덧대어 껴입은 벽지들
층층이 등고선 무늬를 이루었다
어느 바위에서 떨어졌을까
모래알들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벽지 틈
비를 머금은 구름이라도 지나가는지
이불을 덮고 뒤척이는 물소리가 들린다
손바닥만 한 창을 비집고 드는 햇살을 따라
따글따글 끓어오르는 먼지들,
반층 눈높이로 보는 하늘은 반층 더 높아서
무릎을 꺾어펴는 계단마다 등고선 주름들이 굽이친다
모란꽃을 뜯어내면 아메바가 나오고
아메바를 뜯어내면 푸른 하늘이,
아이들 찡그린 낙서들을 품고 있다
매미유충처럼 벗고 싶은 허물들
꽃무늬 포인트벽지 한 장으로 다시 등고선을 그린다
무늬가 촘촘할수록 가파르고 거친 산
방이 벼랑을 품고 융기한다
도끼발[斧足]
자동차 타이어를 갈갈이 찢어놓을 거야 천 년을 벼린 도끼발로 단숨
에 내리칠 거야 터진 타이어 조각은 차선을 바꾸며 나뒹굴고 길바닥엔
급정거한 금들이 뱀처럼 서로 엉켜들겠지 백 리 천 리를 걸어도 굳은살
하나 박이지 않던 뻘밭, 그때 내가 휘두른 도끼는 혀를 닮아 있었지 파
도와 해초와 바위와 입맞춤하던 혀 하지만 이제 나는 단단해졌어 딱딱
한 도로를 걷느라 강철보다 더 굳어져버렸어 바닷가 신도시 오늘도 나
는 아스팔트길을 밀고 올라와 맨발로 걷지 아주 오래 전에 죽은 동족이
석회질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길 제한속도를 위반한 차들이 스키드마
크를 내며 질주하는 길
타이어 바퀴 아래 부서진 모래알이 되어 저 껑충한 아파트를 기어오
를 거야 아파트를 내리쳐 벽마다 균열을 내고
벌어진 틈으로 해식동굴 빠져나가는 바람 소리를 낼 거야
걷다 보면 부은 발 어루만져주던 파도가 그립기도 하겠지
야반도주하듯 떠나간 낙지 일가는 어느 해안에 이삿짐을 풀었을까
잊지 마 나는 바다의 도끼발
바다가 다 사라져도 나는 사라지지 않지
*부족斧足 : 조개의 도끼 모양 발을 일컫는다.
밥 짓는 꽃
해가 지기 시작하면 꽃에서 쌀독 긁는 소리가 난다
따그락따그락 빈 도시락통 울리며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
담장 너머 고개를 내밀고 빈 속 달래는 아이들
마당에 있던 할머니가 밥 지으라 이르고 어머니가 쌀 씻는 그릇을 집어든다
우물가 바닥에 양은그릇이 하나둘, 두레박이 기울면
쏴 뒷산 너머 노을이 깔린다
날이 저물어야 피는 꽃
저문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분꽃
강아지랑 단둘이 사는 할머니네서 국수내기 민화투를 치다가,
전화 한 통 없는 며느리 생각을 잠깐 하다가,
분꽃이 필 때야 하면서 끙하니 일어서는 저녁
자꾸 보채는 꽃 속에서 밥 끓는 소리가 난다
내겐 닻나무가 있다
두 평짜리 방 안이 일망무제다
화분 하나가 들어오면서
난바다 한가운데 구부러져
원을 이룬 수평선처럼 방이 출렁거린다
야생의 말잔등이라도 올라탄 듯 파도가 치면
잴 수 없는 수심을 향해
닻 내리는 나무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지만
떨어진 닻은 끝없는 심해로 내려간다
과외받는 아이들이 다 잘려나갔지만
병든 어머니는 밥보다 더 많이 먹는 약을 끊을 수 없고
차라리 닻줄을 끊어버릴까 망설이다
무저갱 속에서 허방 디디며 길을 찾는다
닻을 내릴 때마다 닻나무에서 이파리가 떨어진다
물벼락과 파도를 얻어맞고 나자빠졌다가
힘겹게 나를 부축하는 일도 신물난다
내 닻나무는 꽃을 피우기나 할까
떨어진 나뭇잎을 언제나 끌어올려 돛을 올릴까
도대체 가늠할 수 없는 바다 속
다시 닻을 내 안으로 빠뜨린다
바닷가 떡집
기와집 처마 밑에 호박고지가 내걸렸다
바닷바람과 햇살을 받아 꾸덕꾸덕해지면
찹쌀가루 뿌려 호박범벅을
해 먹을 요량이란다
눈보라가 길을 뚝 끊은 어느 날,
입이 심심할 때 떼어먹으면 얼마나 달까
어쩌다 내가 바닷가 마을을 다시 찾아올 때
그 날이 떡쪄먹는 날이면 좋겠다
빙 둘러앉은 섬들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고슬고슬 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거기에 누군가 우스갯소리를 얹으면
햇살과 바람과 나무도,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쪼아먹던 새도,
서쪽바다 파도도 흠흠 기침을 할 것이다
손가락에 찐득하게 들러붙은 떡을 떼어먹다가
문득 창 밖을 바라보았을 때
눈가루 뿌옇게 흩날리면
켜켜이 물결지는 바닷가를 걸어도 볼 일
눈이 펑펑 쏟아질 거라는 일기예보가 나오면
지체없이 그 집으로 떠날 참이다
□ 당선소감
내 인생에서 ‘시마저도’ 태클을 건다
할 말이 많을 줄 알았습니다. 눈물도 찔끔거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딱히 할 말도 떠오르지 않고 눈물도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점심나절부터 잦아지는 재채기로부터 내달려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습니다. 감기몸살이 오기 전에 기사를 두 꼭지 빨리 올려야 했습니다. 지난해쯤 소식을 들었다면 무지 기뻤을 겁니다. 몇 번 최종심에 올랐다고, 언감생심 금방 통과의례를 거칠지도 모르겠다는 자만도 슬몃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시건방과 무례함은 당연히 헛된 기대라는 걸 알았습니다.
오랜 망설임 끝에, 그저 묵묵히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내 안에 들어가 나를 혹독하고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일이 더 급했습니다. 영영 좋은 소식이 오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알아주는 결과 없이 살다 갔을까, 이러한 생각이 따뜻한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응모도 병인지라, 마지막 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애써 잊기로 했습니다.
시를 왜 쓸까, 이해할 수 없던 때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재미있고 유쾌하고, 진지할 수 있는 일이 넘쳐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는데 모 시인이 어디서 시 수업을 한다는 말을 듣고, 아주 우연히 봄나들이 겸 호기심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면 더 빠져드는 늪 같은 길로 접어든 지 벌써 여섯 해가 되었습니다. 시 쓰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순간 때려치겠다고 농담 반으로 억지도 부렸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는 일이 빡빡해지고 힘겨워졌는데도 그만두질 못했습니다. 이미 선택사항이 아니었습니다.
한 달 전쯤, 어느 모임에서 손이 고운 친구가 ‘시만 내 인생에서 태클을 건다’며 한숨을 지었습니다. 그 옆에서 ‘나는 시마저도’라며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 지치지 않고 늘 새로워지길 애쓰면, 시는 제 삶에서 뜨거운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힘이 돼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며 기뻐해준 오랜 친구, 덩달아 펄쩍 뛰어오르며 좋아한 보더콜리 둘리, 느닷없는 소식에 함께 기뻐해준 친구들, 모두 고맙습니다. 끝으로, 제게 다시 소중한 기회를 주신 김종해, 오세영, 황인숙 심사위원님과 《시인세계》에 감사드립니다.
□ 심사평
시인이 찾아낸 시의 메시지
김 종 해
시를 사랑하는 시 전문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올해에 출간된 『2013년 신춘문예 당선시집』을 통독하고 났을 때의 소감은 기대와는 달리 ‘밋밋하다’는 것이었다. 발칙할 정도로 새롭다거나 낯설다거나 튀는 실험적인 작품을 기대한 것은 아닐지라도 새로운 시인세대가 던지는 자기만의 화두와 언어구사, 강렬한 색깔을 가진 개성적인 메시지는 담고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 많은 신춘문예 당선 출신시인들의 대다수가 등단과 함께 시단에서의 존재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시인으로서의 기본적인 내공과 개성, 자질의 결여 때문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보다 시는 읽혀지고 이해되는 메시지가 시 속에 담겨 있어야 하며, 그것이 상대방(시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시의 소통은 가능하리라 나는 생각한다. 최소한 소통되지 않는 실험시나 난해시는 시와 독자의 단절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다수 일반인의 시 무용론無用論에 부채질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선자인 김시언의 시 「반지하 등고선」(외 9편)은 이 같은 나의 시적 소견에 꼭 부합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시인의 궁핍하고 절박한 메시지가 화자의 날카롭고 새로운 시각에 얹혀 잘 표현되고 있다. 반지하 쪽방에서 바라보는 화자의 예리한 시선은 “내려가야 닿을 수 있는 산정”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벽지 속에 덧대어 껴입은 벽지들에서 층층이 이루어진 등고선 무늬를 찾아낸다. “반층 눈높이로 보는 하늘은 반층 더 높아서/ 무릎을 꺾어펴는 계단마다 등고선 주름들이 굽이친다.”화자가 맞닥뜨린 현실은 생활로서 극복되어야 할 ‘가파르고 거친 산’이며, 그것은 아슬아슬한 벼랑으로 각인되어 나타난다. 이 시에서 전달되는 「반지하 등고선」의 메시지는 ‘궁핍’이며, 화자의 시력과 내공이 진솔한 언어구사로 주제를 잘 드러내 보인다. 함께 응모한 작품 「도끼발」에서는 세상을 향한 혐오와 적대시하는 감정이 한층 심화되어 나타난다. “천년을 벼린 도끼발”은 자연생물 조개의 속내용물이지만, 석회질의 조개껍데기는 화학적 변화를 거치면서까지 자연에의 회귀를 갈망하며 세상과의 대결구도를 잘 보여준 시다.
이미지의 복층구조를 이루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혀지는 시, 전달되는 시를 나는 선호한다. 이런 이유에서 김시언의 일련의 응모작들을 제21회 신인작품 공모 당선작으로 뽑았다. 그의 앞날을 축원한다.
이번 심사에서 마지막까지 당선작을 놓고 겨루었던 응모자는 김시언 이외에 김삼경의 「설경」(외 9편), 김아렌의 「대회」(외 9편), 김우진의「농림6호」(외 9편) 이상 세 사람이 더 있다. 김삼경의 「설경」은 소박하고 아름답다. 또 다른 작품 「내리는 폭설」은 눈내리는 날을 그린 많은 시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격찬하고 싶은 시다. 그러나 당선작 5편을 채울 수 없었다. 김아렌의 「대회」, 「유제류의 숲」은 새로운 시, 낯선 시를 생각하며 쓴 시다. 이즈음의 젊은 시인들의 시와 맥락을 같이한다. 시의 주제를 좀더 전면에 내세워야 할 것 같다. 주제를 향한 응집력이 필요하다. 김우진의 「농림6호」는 시인의 상상력과 언어의 오랜 내공을 생각케 한다. 주제를 향한 응집력도 놀랍다. 그러나 함께 투고한 다른 작품과의 편차가 문제되었다.
이들과 함께 예심을 거친 21명의 예비시인들에게도 시를 향해 걷는 길에 축원을 보낸다.
날카로운 통찰과 감각성,
높이 살 만하다
오 세 영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21편의 작품 가운데서 심사위원 전원은 이의 없이 김시언 씨의 「반지하 등고선」 외 4편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김시언 씨는 특별히 재치가 넘치거나 파격적 개성을 보여주는 시인은 아닌 것 같다. 조신한 시어의 구사, 잘 짜여진 시상의 구성, 그 표현의 섬세함과 부드러움, 보편정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상력 등이 보여주는 시세계가 그러하다. 그러나 이 말은 결코 그의 시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 사실 모든 영원성을 지닌 훌륭한 문학작품은 보편정신에 토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작에서는 어렵게 쓰는 것이 쉽게 쓰는 것보다 쉽다. 상식적인 것 속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파격적인 것 속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렵다. 충격적인 것을 통해 문제를 제시하는 것보다 일상적인 것을 통해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어렵다. 보편정신 속에 숨겨진 개성, 쉬운 언어 속에 담겨진 진실이 보다 가치 있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젊은 시단이 참고해야 할 시의 바람직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필자가 보기에 김시언 씨는 바로 그러한 덕목들을 잘 갖춘 시인이다. 사물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통찰, 형상화에서 보여주는 감각성도 높이 살 만하다.
최후선에 오른 김우진 씨의 경우 「능소화가 물고 있는 붉은 유서처럼」, 「담쟁이」, 「적막」 같은 몇몇 좋은 작품들이 없진 않았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대체로 사실적이거나 작위적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탈락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김우진 씨는 필자가 왜 이상 지적한 작품들이 좋았다고 했을까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그 외 논의된 것들로는 김아렌, 김삼경 씨 등의 작품이 있었다. 전자는 나름의 개성은 지니고 있었으나 표현이 난삽했으며, 후자는 상상력의 참신성이 좀 모자랐다.
늘 이만한 감각으로
활짝 꽃피기를
황 인 숙
본심에 올라온 스물한 분에서 먼저 일곱 분을 추리기까지는 수월했다. 거기서 김시언, 김삼경, 김우진, 김아렌, (앗, 적고 보니, 모두 김씨네요!) 이렇게 네 분을 최종심에 올리기로도 심사자들의 뜻이 쉽게 모였다. 네 분의 시들은 우연인지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직정의 진술이 아니라 객관 세계의 묘사를 통해서 시적 화자의 세계관이나 서정을 슬며시 표출한다는 것. ‘시는 진술이 아니라 묘사다’라는 말은 시의 기본 명제로 알려져 있지만, 그에 동의하지 않는 시인도 있고 또 꼭 동의할 필요도 없다. 진술로 일관하고도 감흥을 주는 시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지만 그 명제를 충실히 따른 시는 독자를 자연스레 시 속으로 이끌어가고, 그림으로 치면 탄탄한 데생력을 보여줌으로써 심사자를 안심시킨다. 당선자 외 세 분들도 언젠가는 시인 동업자로 만나게 될 것 같다.
“시를 구축하는 능력이 상당하다, 특히 눈에 대한 시들은 얼마나 견결한가!” 김삼경에 대해 김종해 선생님이 못내 아쉬워했지만, 삶의 결을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풀어나가는 시선과 솜씨가 응모작 전편에서 고르게 보이는 김시언을 당선자로 정했다. 축하드린다!
당선작 중 하나인 「반지하 등고선」은 반지하에 사는 삶, 그 침침함과 축축함과 누추함과 무릎꺾임을, 산과 방을 정확히 대비하며 감각적으로 그렸다. 등고선이라기보다 차라리 ‘등저선’의 여정이라 해야 할 반지하 방의 가파르고 거친 산정을 겪으며, 융기하여 다시 등고선을 그리는 탄력! 늘 이만한 감각으로 시인 김시언이 활짝 꽃 피기를 기대한다. 김삼경의 시에 대해 개인적 소감을 말하자면, 눈에 대한 시들보다 「비에 갇힌 집」이 더 좋았다. 장마비 내리는 날 “꼬불꼬불 꼬인 라면 사리를 건져” 먹으며, “줄줄 꼬리 물고 젓가락에 감겨드는” “꼬인 생각들”과 “목 비틀어져라 꼬이던 담쟁이넝쿨” 등 꼬임의 이미지를 리드미컬하게 이어나가는 게 절묘했다.
김우진은 썩 괜찮은 시와 그만그만한 시들이 섞여 있어 당선되는 데 불리했다.
김아렌은 1987년 생으로 본심에 오른 분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결정되지 않은, 미지의 생에 대한 불안함과 의혹과 꿈이 풋풋한 시어들로 그려져 호감을 줬다. 분명 김아렌만의 것인 게 틀림없는 시세계가 엿보이는데, 조금 더 정제해서 모호함을 걷어내면 좋겠다. 애정으로 김아렌님께 말씀드린다. 시와 시 아닌 것은 글자 몇 개 차이인데, 그 몇 글자가 억 겁이라는 것.
부기: 시 공모에 응하는 이십대가 점점 줄어드는 게 서글프다. 물리적으로 젊은 몸뚱이, 그 머리, 가슴, 영혼에 의당히 깃들어 있던 시가 다 어디로 갔을까? 거칠게 말해 시인으로 등단하는 건, 시인 자격시험을 통과한다는 거다. 시인 자격증이, 요즘 젊은이들이 눈에 불을 켜는 ‘스펙’이 돼서 취업에 결정적 도움이 된다면 사정이 달라질까? 옛날 왕조시대처럼 과거科擧로 공무원을 뽑는다면? 대학입학시험에서 인문계 쪽으로는 논술과 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면? 시세계에 젊은 피가 활발히 공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별 생각을 다 해본다.
□ 제21회 《시인세계》 신인작품 공모 응모자 중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21명의 명단과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총 응모자 수는 217명이며, 이 중 우편 46명, 이메일 107명, 홈페이지로 64명이 각기 응모했습니다.)
강성애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 외 9편
강진석 「레고 조립학」 외 9편
고창희 「모서리」 외 9
권상진 「아는 사람」 외 9편
권성운 「히키코모리의 사랑법」 외 9편
김삼경 「설경」 외 9편
김아렌 「대회」 외 9편
김시언 「반지하 등고선」 외 9편
김우진 「농림6호」 외 9편
김은석 「오후 6시와 7시 사이」 외 9편
김채영 「냉장고 문을 열자」 외 9편
문희정 「스노우 볼」 외 9편
박영란 「호주 사람들」 외 9편
박은영 「발코니의 시간」 외 9편
박혜정 「꿈의 해석」 외 15편
성혜경 「밤의 베란다에 서 있는 일」 외 12편
임달경 「당신의 내레이터」 외 9편
임채은 「사다리 위의 피노키오」 외 10편
정수미 「기억공작소」 외 9편
최선후 「오늘의 표현법」 외 9편
최재호 「자두나무 변성기」 외 9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