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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혼자 쓰고 울던 시인, 페친들(페이스북 친구들) 후원으로 시집 출간 (김주대시인)

가짜시인! 2014. 7. 15. 12:12

혼자 쓰고 울던 시인, 페친들 후원으로 시집 출간

등록 : 2014.06.15 19:33 수정 : 2014.06.15 21:22   <한겨레>

 
소셜 펀딩 방식으로 시집을 낸 김주대 시인. “페이스북에 매일 신작시를 올리는데, 그때마다 300~400개에서 많을 때는 800개까지 댓글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페이스북에 매일같이 신작시
2주만에 298명 2천만원 펀딩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김주대 지음
현대시학·8000원

 

 

 

   벤처기업이나 영화 제작 등에서 주로 보았던 소셜 펀딩이 시집 출간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새로 나온 김주대 시인의 시집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은 김 시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모집한 투자자 298명의 후원금으로 제작되었다. 최초의 소셜 펀딩 시집이다.

   김 시인은 1989년 <민중시>와 1991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해 <그리움의 넓이>(창비, 2012) 등 시집 다섯권을 낸 중견 시인. 여느 시인처럼 잡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한권 분량이 쌓이면 시집으로 묶어 내는 전통적인 방식에 의지하던 그가 소셜 펀딩이라는 새로운 시집 출간 형태를 생각하게 된 것은 2012년 말 페이스북에 입문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그 전에 20년 동안 강사와 원장으로 학원쪽 일을 했고 한창 때는 한달에 8천만원 수입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느라 시에서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죠. 경제적으로는 윤택했을지 몰라도 심신은 피폐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삶이 싫어서 내심 학원 일이 망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결국 2012년에 쫄딱 망한 뒤 학원 일을 정리하고 시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비슷한 무렵 지인의 소개로 페이스북을 시작하게 되었죠.”

   페이스북을 하면서 그는 거의 매일같이 그곳에 신작시를 올렸다. 이따금씩 문학잡지에서도 청탁이 왔지만, 그에게는 페이스북이 더 중요한 작품 발표 마당이 되었다. 시를 올리면 페북 친구들이 ‘좋아요’를 연신 누르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쌓인 시가 어느덧 한권 분량을 훌쩍 넘어서게 되었어요. 시집을 내기로 했죠. 그런데 페북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무언가 다른 방식이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페북에서 제 시를 읽으며 좋아해 준 친구들이 시집 출간에 후원자 격으로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거예요.”

   3월 초 페이스북에 펀딩 모집 사실을 알렸다. 한 구좌당 2만원씩 후원하는 이들에게 시집을 주고 출판기념회에도 초대하며 액수에 따라 자신이 그린 문인화나 사진 등을 선물로 준다는 내용이었다. 반응은 놀라웠다. 처음 소식을 알리고서 불과 15분 뒤에 어떤 이가 500만원을 선뜻 입금한 것을 비롯해 첫날에만 100여명 후원자가 1천만원 가까이를 보내 왔다. 사흘 만에 400여명이 후원을 자처했고, 예상 밖으로 뜨거운 호응에 깜짝 놀란 시인은 2주 만에 펀딩을 중단했다. 그렇게 해서 모인 2천만원이 이번 시집 제작의 밑돌이 되었다. 시인은 소셜 펀딩에 참여한 독자 298명의 이름을 시집 뒤에 하나하나 밝혔다. 오는 28일엔 이들을 초청해 출간보고회도 마련한다.

   “산정의 어떤 나무는 바람 부는 쪽으로 모든 가지가 뻗어 있다. 근육과 뼈를 비틀어 제 몸에 바람을 새겨놓은 것이다.”(<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전문)

   “대지를 시커멓게 쓸고 지나가던 바람이 봄이 되면/ 풍경의 끝에 붉은 꽃 한 송이를 낙관처럼 찍어놓는다”(<문인화> 전문)

   시집에는 유난히 짧은 시가 여럿 들어 있다. 인용한 <문인화>라는 작품도 있지만, 김주대 시인은 시와 함께 문인화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문인화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도 했다. 그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작가회의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올 가을 그의 문인화로 기금마련전을 열기로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반 활동을 했고 대학도 미대로 진학할 생각이었는데 아버지의 반대로 좌절했죠. 그로부터 무려 30여년 만에 그림을 되찾은 셈입니다. 저는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는데,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 시집 띠지에 쓴 그림도 시집 표제작을 제가 그림으로 그려 본 거예요. 전에는 제가 쓴 시를 저 혼자 읽으며 울기도 했는데, 지금은 몇천명 페이스북 친구들의 관심과 격려가 있어 행복하게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립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출처 : 시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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