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접는다는 것
- 웹진 시인광장
- 북토크
- 노을쪽에서온사람
- 리스트컷증후군
- 경주문학상
- 도서출판득수
- 유승영
- 눈물이후
- 햄릿증후군
- 권상진
- 눈물 이후
- 들은 이야기
- 가짜시인
- 권수진
- 밑장
- 권상진시인
- 서형국
- 레미앙상블
- 석민재
- 시골시인K
- 수북책방
- 최미경 시인
- 권상진 시집
- 걷는사람
- 언니네 책다방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권상진 #저녁의 위로 #검은 사람 #발아래 어느 상가 #장수철 시인 #시와문화
- 이필
- 권상진 시인
- Today
- Total
하루하루
구두를 벗다 / 최은묵 본문
구두를 벗다
최은묵
수염은 뭔가 말을 하려고 밤새 입 주변에서 자랐다 아이는 면도기 속에 수염을 먹고 사는 곤충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면도기 보호망 속에서 먼저 살았던 부스러기들을 하수구에 털어낸다
어제 짐을 싸던 손에 청하던 김 과장의 악수는 어색했고, 오늘 구두 대신 아내 몰래 신은 운동화 밑창이 그러하다
발바닥이 낯설다 버스정류장은 운동화로 바뀐 걸음을 알아보지 못했다 정류장을 지나 전에는 열려있었을 하천을 걸었다
굴속을 흐르던 아침이 한꺼번에 입 냄새를 쏟아내는 복개가 끝난 하천 수풀 옆 은밀히 따뜻했을, 버려진 좌변기가 더럭 구멍 난 옆구리로 방귀를 뿜는 중년의 끝자락
살을 비집고 나온 수염이 말을 한다 아내가 듣기 전에 전기면도기에 살고 있는 곤충이 토독토독 수염을 먹어치운다
[ 제7회 수주문학상 수상작 ]
<심사평>
현대시는 상황시이다. 서정적인 경향이 강하다 할지라도, 보다 깊이 그 시적 렌즈를 들이대면 입체적이며 구체적인 상황시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현대시의 목숨이며, 모더니즘적인 시들 이전의 낭만주의적이거나 또는 상징주의적인 시들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현대의 많은 상황시들은 극사시極私詩에서 출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극사시는 개인의 극점極點에 서 있는 시다. 개인의 극점에 있는 ‘거기’, 즉 아무도 도달하지 못할,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거기’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위의 용어들에 대하여는 강은교의 무명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5(서정시학 소재)를 참조하시길.]
그러나 진정으로 좋은 극사시는 순간적으로 그 ‘거기’___개인적인 의미가 강한 ‘거기’____를 넘어서서 초극사시超極私詩가 된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한편의 시의 울림은 읽는 이의 공감을 이루어낸다.
따라서 심사는 이러한 상황시의 초극사시적 울림을 조금이라도 울리고 있는 시에게 이번 응모시들 중 가장 우수한 시에게 부여되는 대상을 부여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이러한 심사원칙과 함께 상상의 틈, 진정성, 필연성 등 현대시에 필요한 제반 시적 기준을 적용하여, 몇 번의 독회를 거쳐 시를 걸러내었다. 그리하여 마지막 심사까지 남은 작품들은 ‘달전을 부치다’, ‘폭설’, ‘당진형수사망급래’, ‘구두를 벗다‘의 네 편이었다.
심사자들이 이들 네 편을 가지고 다시 논의한 결과 ’달전....‘과 ’폭설‘의 경우엔 그 시적 표현의 능숙함에도 그 시적 상황이 단선적이어서 입체적 상황시를 이루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아직 극사시에 깊이 머물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진형수사망급래‘는 그 시적 상황의 진정성이 심사자에게 읽는 순간 약간의 감동까지 주었으나 그 시적 ’틀‘이 아직 상투성에 머물고 있는 점이 많으며 따라서 그 극사시적 울림이 가지고 오는 진정성도 초극사시적 울림으로의 강렬한 폭발음을 내지 못하고 있어 신인다운 신선한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따라서 대상은 ‘구두를 벗다’의 시로 결정되었다. 이 시에는 입체적 상황이 있으며 초극사시로 가려는 몸짓이 아직 완전치는 못하나 신인다운 강렬함으로 울리고 있다. 앞으로의 대성을 바란다. 문단에서 큰 별로 조우하기를.
본심 심사위원: 정희성 시인, 강은교 시인
'나의 편린들 > 내가 읽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선 한 척, 문지방에 닿다 / 백점례 (0) | 2014.01.19 |
---|---|
오래된 시장 골목 / 박명숙 (0) | 2013.12.30 |
땅의 문 / 최은묵 (0) | 2013.12.02 |
숨의 기원 / 고영민 (0) | 2013.11.19 |
[스크랩] 시인 선서/ 김종해 (0) | 2013.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