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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매듭 / 박지웅 본문
나비매듭
박 지 웅
길 한편에 치워진 고양이
꽃을 보고 누워 있다
한 번도 꽃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꽃이 고개를 돌린다
쓰레기나 뒤지더니 쓰레기처럼 죽어가는
놈의 따뜻한 기억은 대부분 길에서 주운 것이다
길에서 피었다 사라지는 것들
꽃도 머지않아 이 길에 뼈를 묻을 것이다
북아현동 첫 추위가 찾아왔다
검은 비닐 챙겨 골목길을 내려간다
신문지로 고양이를 싼다
우그러지며 수의가 우는 소리를 낸다
검은 비닐에 넣고 나비매듭을 한다
고양이와 꽃과 나는, 쓰레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 가짜시인의 단상
그의 시는 대부분 어둡다.
'청춘을 위로하는 죽음과 죽음을 껴안은 청춘에 대해서, 죽음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더욱 간절한 청춘에 대해서, 삶의 다른 이름으로서의 죽음에 대해서 마침내 발언하는 시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아, 이 '산죽은' 청춘은 어디로 갈 것인가?' 라고 권혁웅 시인은 '너의 반은 꽃이다'란 그의 시집 해설에서 썼다.
고양이가 바라본 꽃과, 그것들을 바라본 나.
우리의 모든 삶은 길 위에 놓여있고 꽃으로 환치된 동경 역시도 길 위에서 죽어갈 것이라 말하는 시인의 어두운 발언을 읽으며 길 위에서 바둥대는 우리의 삶은 무엇이고 희망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수 없다. 죽어서도 꽃을 향한 시선을 놓지 못하는 고양이와 먼저 간 세대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우리들은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고양이도 죽고 꽃도 죽고 마침내 그것들을 애도하며 수의처럼 검은 봉지를 나비매듭한 나 역시도 결국 함께 쓰레기차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시 전체 어디에서도 희망의 단서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낭독은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시인이 숨겨 놓은 나머지 행간을 찾아 읽어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읽는다.
쓰레기차는 마침내 고양이와 꽃과, 희망에 대한 시선을 놓친 나를 싣고 이 길의 끝에 당도한다. 길은 윤회의 상징이다. 결국 한 길의 끝이란 새로운 길의 선택의 시점인 것이며, 어떠한 죽음도 영원한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꽃의 씨앗은 새로운 길 위에서 다시 발아할 것이고 그렇게 희망들은 봄꽃처럼 무더기무더기 환하게 피어날 것이며 전생을 잊은 고양이는 새로운 꽃을 찾아 근육질 다리를 쭈욱 펼질 것이다. 내가 묶어둔 나비매듭은 매듭을 풀고 나비가 되어 그 꽃들을 배회하며 춤을 출 것이다. 좀 억지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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