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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짐에 대하여 / 문 숙 본문
기울어짐에 대하여
문 숙
친구에게 세상 살맛이 없다고 하자
사는 일이 채우고 비우기 아니냐며
조금만 기울어져 보란다
생각해보니 옳은 말이다
노쳐녀였던 그 친구도 폭탄주를 마시고
한 남자 어깨 위로 기울어져 짝을 만들었고
내가 두 아이 엄마가 된 것도
뻣뻣하던 내 몸이 남편에게 슬쩍 기울어져 생긴 일이다
체게바라도 김지하도
삐딱하게 세상을 보다 혁명을 하였고
어릴 때부터 엉뚱했던 빌게이츠는
컴퓨터 신화를 이뤘다
꽃을 삐딱하게 바라본 보들레르는
악의 꽃으로 세계적인 시인이고
노인들도 중심을 구부려
지갑을 열 듯 자신을 비워간다
시도 돈도 연애도 안 되는 날에는
소주 한 병 마시고 그 도수만큼
슬쩍 기울어져 볼 일이다
♥ 가짜시인의 단상
기울어진다는 것은 빈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틈이다. 완전체를 보고 있으면 생각이 정지된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뭔가 완벽해 보이는 사람보다는 틈을 만들어 남을 들일 줄 아는 이가
훨씬 정겹고 사람 냄새가 난다. 하지만
쓰러지거나 기울어진 나무는 아름답지가 않다, 다만 쓰러져 누울지언정 태양을 향해 곧게 일어서려는
모습이 진정한 아름다움임을 나는 안다.
시도 돈도 연애도 안되는 그런 날은 한달의 대부분. 소주가 필요하지만 술을 못한다. 그래서 내가
택한 일은 부족한 시를 쓰는 일. 이것도 미덕일 수 있을까...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시를 좀 어수룩하게 쓰는
사람이나, 주머니가 좀 더 가벼운 사람, 그리고 연애 선수가 되지 못하는 순진한 사람 모두 기울어진 사람.
틈을 가진 사람들 끼리 서로를 메우며 보듬고 사는 견고한 세상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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