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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가짜시인! 2013. 3. 5. 10:07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가짜시인의 단상

 

삶이 물려서 국수를 먹는다. 누가 사는 것이 물리지 않는다고 했는가? 가끔 국수가 생각날 만큼 삶이란 것도 물리기도 하는 것이다.

모서리 같은 날카로움에 둔탁한 내 삶이 다치고, 뒷모습이 허전해 지고, 울고 싶은 삶이 더러는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처럼 눈물

흘리고, 하여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나 아닌, 하지만 나 같은 사람과 함께 나른한 삶이 아닌 국수 같은 새로움을 살고 싶은 것이

다. 이 시는 큰 이야기다. 그냥 스르륵 읽고 지나가도 막힘이 없는 시이기도 하지만 트로트 가요처럼 한 번 꺽어 읽으면 좀 더 많은

느낌을 발견할 수 있어 좋다. 한번 더 음미 할 수 있는 시가 울림이 더 크다. 가치의 영역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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