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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먼 길 / 이재무

가짜시인! 2012. 10. 13. 13:45

먼 길

 

               이 재 무

 

 

이 세상 가장 먼 길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길
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걸어왔다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동안
몸 속 유숙했던 그 많은,
허황된 것들로
때로 황홀했고 때로 괴로웠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날
길의 초입에 서서 나는 또,
태어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분홍빛 설레임과 푸른 두려움으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괜시리
주먹 폈다 쥐었다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