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위독한 연애 / 홍일표 본문

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위독한 연애 / 홍일표

가짜시인! 2012. 10. 12. 09:17

 

위독한 연애

 

                         홍일표

   

 

붉게 달아오른 몸에서 굴러 나오는

달과 별의 동그란 생각들을 봐

그걸 혹자는 위험한 사랑으로 번역하네

혀가 꼬여 발음이 잘 되지 않지만

 

저녁은 언제나 죽음의 방식으로 오지

달콤한 매혹의 혀가 당신이 살아온 밤을 핥고 있을 때

 

차갑게 타오르는 불의 심장에 손을 넣어봐

태양을 직역하는 한 알의 사과처럼

 

손가락이 불붙어 타오르고

가슴에서 여러 개의 사과알이 두근거리는 동안

사과나무의 뭉툭한 발굽 밑에서

죄 없이 얼굴 붉어진 저녁이 몸을 숨기는 것 좀 봐

 

당신이 밤을 관통할 때 빗줄기를 따라 우는 머리카락처럼

지금은 해를 구워 토스트에 얹어먹는 캄캄한 아침

 

 

 

 

<<홍일표 시인 약력>>

 

*1958년 출생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살바도르 달리풍의 낮달』『매혹의 지도』

*평설집 『홀림의 풍경들』

*산문집 『조선시대 인물 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