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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 도종환 본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 도종환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도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지구 북쪽 끝의 얼음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 날이 오리라 한다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지난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 얼마나 좋아하였는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험했는지 꽃과 나무들이 알고 있으므로 대지가 고요한 손을 들어 증거해줄 것이다
아직도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은 세시에서 다섯 시 사이
시인의 말 - 내 인생이 어디쯤 와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인생 시계는 지금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지요? 사람이 태어날 때를 새벽이 시작되는 새벽 5시 경으로 정해 본다면 1살에서 10살까지를 오전 5시에서 7시. 11살에서 20살까지를 7시에서 9시. 이렇게 계산해 보니 내 인생 시계는 세시를 지나 다섯시 언저리에 와 있네요. 내 인생에 겨울이 주어져 있다면 저는 곧 어두워지는 시간 앞에 있는 거지요. 그러나 만약 여름을 설계해 놓으셨다면 저는 8시까지는 일하며 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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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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