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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석쇠의 비유 / 복효근

가짜시인! 2012. 9. 7. 14:02

석쇠의 비유

 

 

                    복 효 근

 

 

꽁치를 굽든 돼지갈비를 굽든 간에

꽁치 보다 돼지갈비 보다

석쇠가 먼저 달아야 한다

익어야 하는 것은 갈빗살인데 꽁치인데

석쇠는 억울하지도 않게 먼저 달아오른다

너를 사랑하기에 숯불 위에

내가 아프다 너를 죽도록 미워하기에

너를 안고 뒹구는 나는 벌겋게 앓는다

과열된 내 가슴에 너의 살점이 눌러 붙어도

끝내 아무와도 아무것과도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고독하게 알고 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네가 내 곁을 떠날 때

아무렇지도 않게 차갑게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나는

너의 흔적조차 남겨서는 아니  되기에

석쇠는 식어서도 아프다

더구나

꽁치도 아닌 갈빗살도 아닌 그대여

어쩌겠는가 사랑은 떠난 뒤에도

나는 석쇠여서 달아 올라서

마음은 석쇠여서 마음만 달아 올라서

내 늑골은 이렇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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