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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싶을 때가 있다 / 이초우

가짜시인! 2019. 1. 16. 09:51

싶을 때가 있다

 

                           

                             이초우

 

 

가끔 나는,

나를 잠시 보관할 길이 없을까 하고

한참 두리번거릴 때가 있다

내가 너무 무거워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운명 같은 나를 버릴 수야 있겠냐만

꽤 귀찮아진 나를 며칠 간 보관했다가

돌아와 찾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무게나 부피를 가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별로 크지는 않을 것 같아

지하철 역사 보관함 같은 곳에다

지친 내 영혼

하얀 보자기에 싸서

보관 좀 해 두고 싶을 때가 있다

 

쌓이고 쌓여

주저앉을 만큼 무겁게 느껴지는 그런 때

내 을 송두리 채 한 달포쯤 보관해 뒀다가

돌아와 찾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프로필

이초우 경남 합천현대 시 등단시집[1818년 9월의 헤겔 선생]

 

시 감상

 

살다지치다주저앉다그러다 문득 나를 잠시 놓아주고 싶을 때가 있다내게서관계에서누구의 누구에서무엇의 무엇에서세상에서취미에서돈벌이에서응모에서기고에서의자에서나열하다 보니 나는 없고 또 있다없는 것이 나인지있는 것이 나인지관계된 대상을 하나씩 지워나가면 정말 뭐가 남을지대상일지나일지그런 생각이 든다아주 우연하게도 그런 날이다.

 

 [김부회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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