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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덕 시인 첫 시집 『화분 사이의 식사』(실천문학사, 2018) 출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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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덕 시인 첫 시집 『화분 사이의 식사』(실천문학사, 2018) 출간

가짜시인! 2018. 11. 23. 19:11

   강봉덕 시인 첫 시집 『화분 사이의 식사』(실천문학사, 2018) 출간

 

 

   시인 이전에 그는 선한 사람이다.

   말과 행동에서 어디 하나 악의라고는 찾을 수 없어 그의 시 역시 선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따뜻하다.

   시고 뭐고... 그러면 된 것 아닌가.

 

   강봉덕 시인을 알게 된 지가 아직 1년이 채 못 되지만 나는 그를 10년지기 이상처럼 느낀다.

   나보다 조금 위 연배지만 너그러움이 몸에 밴 사람이라 어떨 때는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인생 선배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는 든든함에 가끔 기댈 만하다.

 

   그의 첫 시집 『화분 사이의 식사』(실천문학사, 2018) 를 읽으면서

   내가 시인을 왜 가깝게 느낄 수 밖에 없는지를 알게 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을 

   시인은 굳이 말을 비틀지 않고 잔잔하게 풀어간다.

   앞서 그의 인품을 늘어놓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시였고, 시가 곧 그였다.

 

   강봉덕 시인은 시를 오래 마주하였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험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다.

   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진다.

   그런 시인을 바라보면 한 편으로 부끄럽고, 다른 한 편으로 자극이 된다.

   그의 인품을 배우고, 그의 시에서 또 배운다.

   강봉덕 시인과 함께 시를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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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2006년에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로 등단한 강봉덕 시인의 첫 시집 [화분 사이의 식사]가 256번째 실천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 

   는 예민한 감각과 특유의 전복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51편의 주옥같은 시가 실렸다.
   [화분 사이의 식사]는 일상의 습속과 일반적인 감각의 저변을 과감하게 초극한 상상력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낯선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현실의 언어를 낯설게 조합한 그의 시어는 난해하지 않으면서 호소력이 있어 의미망의 깊이를 곱씹어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아름다운 고래의

   발”을 기다리는 시인의 첫 발걸음이 독자들의 “뿌리처럼 바싹 마른 입”을 적셔 줄 시가 되기를 고대해 본다.

 

   출판사 서평

 

   강봉덕 시인은 물화된 세상의 구태의연한 외양을 타파하고 마치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듯 전인미답의 방식으로, 경이로운 말하기와 글쓰

   기의 방식으로 시의 형상을 축조한다. 그래서 그의 고양이는 “난간에 쪼그려 앉아 두꺼운 골목을 읽는” 투시력이 있고([고양이가 골목을 읽

   다]), “저녁 식탁에 암술과 수술이 꽂혀” 있는 풍경이 가능하다([꽃의 침묵]). 그런가 하면 “잠시 고래였다가/다시 슬몃 고래가 되었다가/내가

   고래가 되기도 하는” 가역적 변신도 연출할 수 있다([고래의 일몰]). 이렇게 보면 시인의 자유로운 생각과 몸의 운용이 무소불위의 경지에 이

   른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실상에 있어서 그 운신 폭의 확대는 견고한 시적 조직성을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 허

   황한 시적 유희에 그치고 말 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잊어버린 것 천천히 가슴으로부터 멀어진 것
   눈알이 캄캄해 놓쳐 버린 것 움켜쥐다 빠져나간 것
   가령, 이런 것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돌아오는 것들은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차가운 암각화나 눈물 같은 별자리 속이거나 아니면,
   당신이나 나의 가슴 저 깊숙한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고래의 발
   ('고래의 발' 중에서)

   사라진 고래의 발은 이 시인의 세계에서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사라진 것은 돌아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 동안의 행적을 유추하던 온갖

   생각이 모두 노래가 되고 시가 된다. 이 반복적이고 반역적인 언어의 문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그에게는 “금요일의 꼬리”가 있고

   ([금요일의 꼬리들]), 그의 기차는 “안착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발이 없다([달려라 기차]). 시인의 발화 방식, 담론 전개의 방식은 제3부에 와

   서 한껏 탈 우주적인 개방과 확대의 논리를 열어 둔다. 그런데 그 무한대로의 개방은 곧 자신의 시세계가 가진 무저갱 지향의 내면과 일종의

   균형성을 획득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달리는 종족”인 기차의 “안착하고 싶은 욕망”을 말했을 터이다. [별]과 [사막 건너기], [구름

   외판원] 같은 시들은 모두 이 양가적 측면이 배태하는 초절주의의 기호들이다.
   강봉덕의 시는 일상과 초극, 현실적인 삶과 존재론의 우주를 잇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호소력을 지녔다. 그의 전복적 상상력과 초극에의 꿈

   이 더 활달하고 설득력 있는 경계를 열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김종회 /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