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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혀로 염하다 / 길상호

가짜시인! 2018. 5. 29. 12:54

혀로 염하다

 

                      길 상 호

 

 

트럭에 치인 새끼 목덜미를 물고와

모래 구덩이에 눕혀놓고서

 

어미 고양이가 할 수 있는 건 오래 핥아대는 일

 

빛바랜 혀를 꺼내서

털에 배어든 핏물을 닦아댈 때마다

노을은 죽은피처럼 굳어가고 있었네

 

핥으면서 식은 숨을 맛보았을 혀,

닦으면서 붉은 눈물을 삼켰을 혀,

 

어미 고양이는 새끼를 묻어놓고 어디에다 또

야옹, 옹관묘 같은 울음을 내려놓을까

 

은행나무가 수의를 입혀놓은 저녁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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