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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있는 삶

가짜시인! 2017. 3. 14. 08:56

배려가 있는 삶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3월 09일(목) 09:52

 

 

경주의 인구가 2016년 7월말 기준으로 259,908명으로 집계되었다.
 세대수로는 113,407세대이니 한 가구당 평균 2.29명이 거주하는 셈이다.
 행정구역상 면적은 여타 시, 군 보다 넓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은 한정 되어 있으니 도심은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이 주거 시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주거형태는 생활의 편리함이나 높은 인구밀도에 따른 문화, 경제적 인프라를 구축해 삶의 질을 높였지만 그 편리함 뒤에는 늘 불편함이 등을 기대고 있기 마련이다. 심각한 주차난과 교통 체증은 단순히 개인의 불편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 문제는 개인의 불편을 넘어 자칫 이웃 간의 다툼이나 범죄로 비화되기도 한다.
 멱살잡이를 하는가 하면 폭력이 일어나기도 하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도 해서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답 또한 있기 마련이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 이라는 법령이 생기기도 하고 이웃간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국가가 개설한 '층간소음 이웃사이 센터'도 있어서 민원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그 효과는 '글쎄' 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법과 제도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답은 다시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사람이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눈도 아니고, 지성도 아니거니와 오직 마음뿐이다' 라는 말을 남겼다.
 답은 배려다. 입으로 말하기 전에 상대의 입장으로 내 마음이 먼저 달려가 헤아려 보는 것이다.
 위층 바닥과 아래층 천장의 간격은 불과 21㎝. 겨우 한 뼘 남짓이다. 그 두께가 감당할 수 있는 생활 소음은 거의 없다고 봐야 옳지 않을까.
 공동 주택에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서로 조심하고, 이해하는 길 밖에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21㎝를 위한 배려라 말하고 싶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담긴 시 한 편이 문득 떠오른다.

 아래층에서 못을 박는지 / 건물 전체가 울린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 / 그 틈, 못에 거울 하나가 내걸린다면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 저 한밤중의 소음을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
 

     - 즐거운 소음 / 고영민

권상진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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