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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시인들이 온다… “잘 가요, 젊고 예쁜 시인들이여”_국민일보 기사

가짜시인! 2021. 5. 3. 22:48

시골시인들이 온다… “잘 가요, 젊고 예쁜 시인들이여”

경상도 기반 시인 6명 공동 시집 출간

입력 : 2021-05-03 20:39

[공동 시집 '시골시인-K'에 참여한 시인 6명의 캐리커처. 왼쪽 맨 위로부터 시계 방향으로 석민재, 권상진, 유승영, 이필, 서형국, 권수진 시인. 출판사 걷는사람 제공]


‘시골시인’이라는 이름을 단 일군의 시인들이 출현했다. 석민재 유승영 서형국 권상진 권수진 이필이 그들로 ‘시골시인-K’라는 제목으로 합동 시집을 출간했다. 각각 시 10편과 산문 1편을 써서 함께 묶었다.

이 여섯 명의 시인들은 동인도 아니고 친구들도 아니다. 정기적인 모임을 해온 사이도 아니다. 경상도 지역에서 살아가며 시를 쓰고 있다는 정도가 공통점이 될 수 있다.

석민재는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하동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2013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권상진은 경주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 유승영은 2018년 첫 시집 ‘하노이 고양이’를 펴냈고 진주로 내려와 논술교사로 일한다. 2015년 ‘철학적인 하루’라는 시집을 낸 권수진은 고향인 창원에서 활동한다. 서형국은 고성에서 연탄불고기 식당을 하며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2016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이필은 영주 출생으로 이들 중 유일하게 서울에 산다.

이들은 유명 시인이 아니다. 중견 시인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시집 한 권을 겨우 출간한 이들이고, 아직 자기 시집이 없는 이들도 있다. 그러니까 지방에서 삶을 꾸리고 살며 시를 쓰는, 40대 중·후반의 시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필은 시집 맨 앞에 실린 ‘웰컴, 시골시인’이란 시에서 시골시인을 묘사했다.

“시골시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잘 가요, 황인숙, 이성복, 전윤호, 그리고 젊고 예쁜 도성안 시인들이여/ 오늘은 연탄불고기 식당도 일찍 문 닫는/ 이름 불러 줄 이라곤 가까운 가족밖에 없는/ 그런 시인들 하나둘 모여/ 늦은 저녁, 빈대떡에 막걸리로 목 축이는 시간/(후략)”

권상진은 산문 ‘가짜시인 생존기’에서 “시골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외롭고 쓸쓸한 일이다. 학연과 지연, 정보와 기회, 이 모든 것들을 열정 하나로 극복해 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불평불만만 늘어놓으며 시를 게을리하는 염치없는 시인은 되고 싶지 않다”고 시집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여름 모이게 된 이들은 스스로를 ‘시골시인’이라고 이름 짓고 공동 시집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출판사 측은 “중앙 문단에서 소외된 지방의 작가들이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사회에서 얼마든지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원고를 취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골시인 시집은 지방에서 외롭고 치열하게 시작 활동을 하는 시인들의 존재를 환기시킨다. 그리고 문단이나 출판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들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한 방법을 제시한다. 서형국은 “‘시골시인-K’를 필두고, ‘시골시인-A’ ‘시골시인-B’ ‘시골시인-C’로 이 프로젝트가 쭉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썼다.

발문을 쓴 성윤석 시인은 수록된 시에 대해 “밥하고 빨래하고 노동하고 사람을 만나고 온 손으로 쓴 시들”이라며 “책상에서 공부하고 대학원 가고 인맥 쌓아 상 받고 메이저 출판사에서 시집 내고 비슷한 경로를 밟아온 문학평론가들에 의해 상찬을 받아온 분들의 시가 아니”라서 흥미롭다고 평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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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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