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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반가사유상의 슬픈 전설 (권상진 시인의 홀로반가사유상)을 읽고 / 홍철기 시인 본문
홀로반가사유상의 슬픈 전설 / 홍철기 시인
홀로반가사유상
권상진
얼굴과 손등에 보풀보풀 녹이 일었다
눈물은 날 때마다 눈 가 주름에 모두 숨겼는데도
마음이 습한 날은 녹물이 꽃문양으로 번지기도 하였다
오래도록 손때가 타지 않은 저 불상의 응시는 일주문 밖
종일 방문턱을 넘어 오지 않는 기척을 기다리느라
댓돌에 신발 한 켤레는 저물도록 가지런하다
낡은 얼레처럼 숭숭한 품에서는
시간이 연줄보다 빠르게 풀려나갔다
두어 자국 무릎걸음으로 닿을 거리에
아슬하게 세상이 매달려있는 유선전화 한 대
간혹 수화기를 들어 팽팽하게 세상을 당겨 보지만
떠나간 것들은 쉬이 다시 감기지 않는다
몇 날 열려진 녹슨 철 대문 틈으로
아침볕은 마당만 더듬다가 돌아서고
점심엔 바람이 한 번 궁금한 듯 다녀가고
달만 저 혼자 차고 기우는 밤은
꽃잎에 달빛 앉는 소리도 들리겠다
누워서 하는 참선은 하도 오래여서
반듯이 의자에 앉는다
오늘은 강아지 보살 고양이 보살도 하나 찾지 않아서
한 쪽 다리는 저려서 들어 포개고
한 손은 눈물을 훔치러 가는 중이었다
권상진 시인을 알게 된 건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시를 우연히 읽고, 이후 문인들의 모임에서 연락하게 되면서부터다. 처음 만난 순간 겸손함과 차분함이 말투에서부터 나타났다. 시에서도 이런 모습은 그대로 드러난다. 조용하지만 강건함이 묻어나는 시를 쓰는 시인은 만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권상진시인은 본인을 소개할 때 가짜시인이라고 한다. 겸손한 말이라지만 시를 쓰는 자신에 대한 일종의 겸허한 경고인지도 모른다. 시인이 진짜와 가짜로 나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시인이 쓰는 시가 진짜와 가짜로 나뉘고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아직은 시다운 시를 쓰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일종의 자책감일까? 이령시인의 이야기처럼 ‘시인이란 말의 회랑에서 뼈아프게 사기 치는 책사’인지도 모를 일이다.
시 ‘홀로반가사유상’은 불교의 반가사유상에 현재의 독거노인 문제를 빗대어 표현했다. 또한 현재의 우리들이 당면한 노인문제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반가사유상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전 태자였을 때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뇌하던 모습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지금의 노인의 문제를 인생무상이라는 공통된 고뇌의 모습에서, 혼자라는 현실에서 착안해서 만들어낸 시인의 세계다. 그러나 시인이 만들어 낸 세계가 현실에서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동일한 세계라는 점에서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건강과 외부활동의 유지에 있다. 건강이야 고령에 나타나는 노인성 질환이며 일상생활 유지는 건강상 문제를 떠나 장보기, 청소하기 등 외부활동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문제는 농어촌 등 시골에서보다는 도시지역에서 주로 나타난다. 시골에 비해 도시는 복지혜택을 받기 수월하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지역 공동체로 서로 안부를 묻고 혼자서 생활하기에 시골은 아직 도시보다는 수월하다. 도시와 시골 모두 복지관과 관공서를 통해 밑반찬을 배달하는 사업을 하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은 밑반찬의 부족함과 구매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독거노인들이 생필품을 사기 힘든 이유는 부족한 재정 탓만은 아니다. 재산은 어느 정도 있지만 고령으로 신체활동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외부활동이 힘든 상황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전에 군산시 소재 노인복지관 관계자와 경로당 활성화 사업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경로당에 가서 이야기를 듣고, 또 실제로 프로그램 등으로 하다보면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게 몸으로 체감 될 정도다. 그러다보니 활동상의 문제를 토로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는 지방자치단체나 복지관에서 일정 부분은 보살피고 있지만, 지금의 추세대로 늘어난다면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에 곧 부딪칠 것 같다.”
충분히 공감 가는 말이다. 복지 분야의 재정규모가 커졌지만, 여전히 하나하나씩 단위사업의 재정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예산은 한정돼 있어 급격히 커지는 수요 욕구에 따라 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슬하게 세상이 매달려있는 유선전화 한 대
간혹 수화기를 들어 팽팽하게 세상을 당겨 보지만
떠나간 것들은 쉬이 다시 감기지 않는다
시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전화기가 안부를 묻고 안부를 전하고 하는 연락수단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보화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보화 시대의 수혜를 온전히 받기엔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요원한 일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부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건강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심각한 단계로 접어드는 지금, 일상생활이나 외부활동에 제약을 겪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바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16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를 보면, ‘장보기나 병원 가기 등 기본적인 외부활동이 힘들다’고 대답한 인구는 2015년 기준 135만 3000여명으로 2010년 72만 6000여명에 비해 1.9배 증가했다. 이들 중 78%는 60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문제는 이들 중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장보기나 병원 가기가 어려운 1인 가구는 2010년 13만 명에서 2015년 33만 7000여명으로 2.5배나 증가했다. 장보기나 병원 가기는 생계를 지속하기 위해 필수적인 외부활동이지만, 이들은 가족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나 사회단체의 도움이 없다면 사실상 외따로 놓인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다.
활동제약 인구는 동이나 읍·면 지역 모두 증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건이 낙후된 읍·면 지역 거주민들의 불편은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의료기관이나 소매점의 수는 감소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통시장이 있는 행정구역은 2010년 1855곳에서 2015년 1131곳으로 줄었다. 병원의 경우도 일반 병원에 10분 안에 갈 수 있는 마을은 5년 사이 700여 곳 감소했다. 이들 마을에 사는 독거노인은 누가 대신 장을 보거나, 병원에 데려가 주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도시지역과 시골지역을 막론하고 편의점 등 24시간 열려있는 소매점은 늘었지만, 접근성과 이용편의성 측면에서는 고령의 인구가 이용하기에는 불편하다.
몇 날 열려진 녹슨 철 대문 틈으로
아침볕은 마당만 더듬다가 돌아서고
점심엔 바람이 한 번 궁금한 듯 다녀가고
달만 저 혼자 차고 기우는 밤은
꽃잎에 달빛 앉는 소리도 들리겠다
혼자 사는 노인이 혼자 사는 노인을 돌보는 노인일자리 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 중 노인이 노인을 돌보고 안부를 묻는 사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혼자 사는 노인의 고독사에서 비롯한다. 이런 염려가 새로운 복지욕구를 불러오고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에서처럼 몇 날 열려진 녹슨 철 대문 틈으로 햇볕과 바람과 달빛만 차고 기울어 다녀가는 것이다. 이게 현실이기에 많은 고민이 된다. 수요는 점점 늘어가고 이런 복지욕구를 충족하기에 예산을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복지시책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자체의 특성 에 맞는 자체 사업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활동제약으로 인해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1인 가구는 향후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활동제약 인구는 늘어나는 반면, 소매점의 경쟁 격화와 땅값 상승, 인터넷 쇼핑몰 증가로 도심지의 슈퍼마켓들은 다수 사라졌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장보기가 힘든 고령인구를 가리키는 ‘쇼핑난민’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쇼핑난민은 2016년 현재 70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며, 일본 지자체들은 이들을 위해 유통매장까지의 무료 버스를 운행하고 이동 판매 차량을 투입하기도 하는 복지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이와는 좀 별개의 이야기지만, 4차 사업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 이후 바뀌게 될 경제구조와 복지 문제에서도 이와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향후 일본 편의점 업계는 일본 내 모든 편의점의 무인시스템화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인건비에 대한 부담과 고용의 어려움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 무인시스템이 충분히 유리하다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사람이 없는 판매점과 자판기를 통한 무인시스템의 판매가 이뤄지는 상업 활동이 먼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이런 변화를 맞이하는 사회현실에서 아무런 준비와 대책 없이 마냥 손을 놓고 있기엔 1인 가구, 특히 고령의 노인가구의 일상생활 유지와 기본적인 사회복지망 유지가 불안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요양보호사가 하고 있는 돌봄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는 중증질환을 가진 일부 독거노인들에 한해 국가 지원으로 일대일 요양보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장기요양보험 등급이 나오지 않거나, 활동이 다소 불편한 정도로는 이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늘어나는 독거노인가구를 위해 지자체 차원의 자체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지자체 차원의 대책은 특화된 성격의 복지사업을 이야기한다. 위의 복지가 노인인구비율을 비롯하여, 단순히 노인인구 뿐만이 아닌 1인 단독가구 비율, 초고령 가구의 비율 등, 지역의 특성상 그 대책도 상이해지고 접근 방법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복지재단 등을 통해 사회복지 정책을 연구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개발하기 바쁘다. 여기에 이런 욕구도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도입해 시행해봐야 한다. 시행착오가 분명히 있겠지만, 향후 10년, 20년 후 우리가 마주치게 될 복지욕구에 대해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1995년 이후 지방자치가가 시행되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발전이 있었고, 어려움도 겪었다. 복지를 생애주기에 맞춰 시행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고 지금도 계속 노력 중에 있다. 또한 분명하게 드러나는 복지 예산 분야도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히 증가했고 사업의 가짓수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다. 그러나 분명한건 그럼에도 복지사각지대는 계속 발생하고 또 신경 써야 할 새로운 사회복지 욕구도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은 없을까? 시작이, 첫 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자체 마다 특성에 맞는 복지 시책과 정부차원 지원을 고려한 맞춤형, 생애주기별 우리지역의 복지계획안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발표하는 사회조사나 사회복지 조사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시책을 발굴하도록 하는 건 어떨까? 현재 광역 단체 중 일부 시작하고 있는 공공기관 부설 복지재단의 연구물 들이 마중물이 되어 기초 단체에서도 어렵더라도 전문적인 집단과 조직을 구성했으면 한다.
‘깊은 강이 멀리 흐른다는 말이 있다’ 멀리 흐르기 위해서는 먼저 깊어야 한다. 깊은 강을 만드는 일이 먼저다. 멀리 갈 수 있는 사회복지를 만드는 일 또한 그렇다. 그 시작은 우리 지역의 문제를 먼저 연구하고 분석하고 개발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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