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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친절한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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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시스템이 무너졌다, 대통령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 외침이 전국을 뒤덮고 있습니다. 기업의 돈을 갈취한 재단 설립이 대통령 지시였다는 증언이 속속 나옵니다. 청와대와 행정부를 휘두르며 2018평창동계올림픽, 한류에 이르기까지 이권을 챙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례는 끝을 모르고 쌓입니다. ‘최순실 게이트 총정리’를 선보여 온 <한겨레>가 3탄을 내놓습니다. 이것만 읽으면, 최순실 사태의 시작과 전개, 주요한 변곡점들을 링크를 타고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4일 오전 2차 대국민 사과를 하는 동안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 강재훈 선임기자 kahn@hani.co.kr
☞ 이것만 보면 다 안다, 최순실 게이트 총정리 시리즈
1탄 한겨레가 열어젖힌 ‘최순실 게이트’의 시작 (~9월26일까지)
2탄 잡아떼는 청와대, 언론의 추격전 (9월26일~10월25일)
3탄 대통령 사과, 그리고 드러나는 국가의 사유화 (10월26일~)
조선일보, 10월25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 받은 적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은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저로서는 좀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 논현동 비밀 아지트서 나랏일 본 최순실
그도 그럴 것이, <한겨레>가 25일 낮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한 [단독] “최순실, 정호성이 매일 가져온 대통령 자료로 비선모임” 기사(지면 10월26일치)를 보면, ‘이 나라의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나’ 탄식이 나올 정도입니다.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대통령 보고용 문건을 최씨의 논현동 비밀 사무실로 들고 오고, 그 곳에서 개성공단 폐쇄 등의 중대 정책과 장관을 누구를 만들고 안 만들지 나라의 인사를 논의했다는 겁니다. 태블릿PC라는 ‘물증’이 없었다면, “최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라는 증언은 듣고도 믿겨지지 않는 그런 얘기였습니다. (▶관련기사 : <한겨레> 미르TF팀 기자가 밝히는 최순실을 무대에 세우기까지 두 달여 취재 뒷이야기) <한겨레> 특별취재팀은 논현동의 비밀 사무실을 찾아내고 주변에서 최씨와 차은택씨, 김종 문화관광체육부 차관, 문고리 3인방 등의 얼굴을 봤다는 다수의 증언을 확보해 26일 온라인으로 보도했습니다.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몸이 좋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고, 수북한 서류뭉치를 차 트렁크에 넣는 행동을 해 주변의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이 비밀 사무실은 최씨가 운영하던 카페 테스타로싸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티브이조선>은 25일 저녁 최씨가 대통령의 의상을 준비하는 동영상을 확보해 공개했는데, 청와대 행정관이 최씨를 따라다니며 모셨습니다. 믿겨지지 않는 일들이 사실로 드러나며, 전 국민은 패닉에 빠집니다.
“우스갯소리처럼 권력 1위 최순실이다, 농담조로 얘기했는데, 진짜 최종 결재권자는 최순실씨였습니까? 그런 대한민국이…어… 말이 잘 안 나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10월25일 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
■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나?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 내내 논란이던 ‘십상시’나 ‘문고리 3인방’, 주변 ‘환관’들은 최소한 공무원 신분이기라도 했다. 도대체 대통령의 위에서 이 사회 최고 권력자처럼 행동해 온 ‘최순실’은 누구인가. 그런 비선의 조종에 의해 앵무새처럼 연설문을 읽고 있던 박근혜씨는 도대체 누구인가.” (송경동 시인)
문화일보, 10월26일.
동아일보, 10월27일.
굳이 종교적 이유를 끌어다대지 않더라도, ‘최순실 게이트’는 오래 전부터 조짐을 보여 왔습니다. 대통령을 호가호위하며 이권을 챙긴 최씨의 행태는 아버지 최태민의 41년 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최태민이란 이름은 박 대통령의 정치인생에 공공연히 따라붙은 오점이었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최씨 일가 문제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가를 봐야 합니다. 1991년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놓고 사실상 은둔 생활을 하던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합니다. 이때 비서실장이 최태민의 사위, 즉 최순실씨의 남편 정윤회씨였습니다. 정씨는 비선조직인 강남팀을 꾸리고, 박 대통령의 주변에 소위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체제를 구축합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최씨 일가 문제는 ‘약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상대인 이명박 후보 쪽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2008년 1월1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박근혜 중국 특사단장 등 4개국에 파견할 특사단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수장학회, 영남대학, 육영재단 운영 등 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의 중심에 늘 최태민이 있었다. (…) 아직도 최씨의 딸과 사위인 정윤회씨가 박 후보를 돕고 있다. (…)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최씨 일가에 의한 국정농단의 개연성은 없겠는가. 국민들은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최태민이라는 이름 석 자의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캠프 장광근 대변인, 2007년 6월18일)
■ 그림자로 숨은 최씨 일가
이 무렵 정윤회씨는 공식 보좌진에서 물러납니다. 최씨는 단 한 번도 공적인 직책을 맡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최씨 일가와의 연관성을 끊어낸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박 대통령의 주변에 ‘비선’이 있고, 그 실체가 최순실·정윤회 부부인 듯하다는 의혹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의원 시절에도 어려운 일이 닥치면 공식 보좌진들과 의논하는 대신 전화기를 들고 사라졌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2004~2006년)이던 시절, 대변인을 맡았고 박 대통령의 집을 드나들었던 전여옥 전 의원은 이렇게 회고합니다.
기자들은 대변인인 내게 물었다. “맨날 박 대표가 전화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강남팀 정윤회씨죠?” 나는 답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 실체를 몰랐으니 말이다. (…) 그러나 ‘그들’은 숨어 있었다. 하지만 모든 대 언론용 언급을 챙기고 옷과 살림을 도맡았다. 그렇다면 그들을 왜 숨길까. 박지만씨도 본 적 없는 ‘친척들’이 집안일을 돌보고 최순실 부부는 비선 팀을 움직이고 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의 음산한 분위기가 무슨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해 보였다. 떳떳하게 드러낼 수 없는 관계라는 것 말이다. ( 전여옥 기고 ‘내가 모신 박근혜…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 조선일보 2016년 10월29일치)
■ 정말 최씨 존재 몰랐나?
친박들은 하나같이 “최순실을 몰랐다”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을 지원해 온 정치원로모임 ‘7인회’의 좌장인 김용갑 상임고문조차 “정윤회가 집권 초반에 좀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을 뿐 최씨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 옆에 최순실이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나.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몰라도, 옆에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었다. 그걸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박’ 이혜훈 의원은 “(2007년께에는) 후보 주변에 당과 나라를 걱정하는 사심없는 분들이 좀 있었기 때문에 지금 드러나는 최순실씨 사건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농단’ 이런 건 그때는 가능하지 않았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사심 없던 분들이 자의든 타의든 떠나는 상황이 됐다. 수상한 분들에게 줄을 대는 분들이 요직을 차지했다”고 말했습니다. (▶‘쫓박' 이혜훈 “그거 말리다 쫓겨난 거잖아요” )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찍혀서 쫓겨났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만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7월8일 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지 13일 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멘토 역할은 당선될 때까지였다. 2012년 당선 후 축하전화 한 뒤로 대통령과 연락이 끊겼다. 청와대 내부 사정을 전혀 몰랐다. 대통령 되기 전엔 내가 전화하면 (수행비서가) 다 바꿔줬다. 그런데 청와대 들어가고 나서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더라. 내게 새 번호도 알려주지 않고. (3인방 중) 한 사람의 바뀐 번호를 어떻게 알게 돼 전화했더니 사근사근하던 이 놈들이 벌써 음성부터 다르더라고. 통로를 완전히 차단한 거지.” (11월 7일, 동아일보,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인터뷰)
■ 촛불 타오르자…사과 5일 만에 문고리 사퇴
세계일보, 10월27일.
10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근처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최순실 전격 귀국, 시나리오 다 썼나
심상찮은 여론의 기류를 느낀 청와대는 이즈음 눈에 보이는 대책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28일 오전까지만 해도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하겠다. 다음주쯤 인적 쇄신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날 밤 일괄사표를 받고 주말을 넘기지 않은 30일 일요일에 사표를 수리합니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 그리고 ‘문고리 3인방’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이 경질됐습니다.
한겨레, 10월31일.
■ 국가 사업과 예산 모두 최씨 손에
25일 박 대통령의 ‘사과’ 이후 거의 모든 언론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기사를 쏟아냈는데요. 정부가 기획해야 할 국가 사업과 예산이 최씨의 손아귀에서 움직였고 측근들이 이권을 챙긴 정황은 지금도 계속 드러나는 중입니다. 일단 큰 흐름만 추려 보겠습니다. 첫째, 박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문화융성’은 최씨가 기틀을 짠 것이었습니다. ‘명품 브랜드와 한복의 콜라보 패션쇼’(40억원) 대형 융합공연(140억원) 드라마·영화·뮤지컬 제작 지원(300억원) 등 1796억원대의 예산을 짜자고 제안하는 문건이 최씨의 사무실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중 문화창조센터 건립은 400억원대 규모로 실제 예산이 편성됐고, 현재 7000억원대의 대형 산업으로 커진 상태입니다. (▶[조선]최순실, 1800억 문화융성 예산안 직접 짰다 (10.28) ) 둘째, 최씨의 측근들은 기업들을 겁박하며 이권을 챙겼습니다. 차은택씨는 포스코 계열의 광고사를 인수하려다 실패하자, 지분의 80%를 넘기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협박합니다. (▶[경향]“대한민국서 가능한 일인가”…“말 안 들으면 회사 없어져”(10.28) ) 차씨는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며 정부 문화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장·차관 인사와 대기업 임원 청탁까지 전횡을 저지른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고영태씨는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 전에 17억원을 냈던 롯데그룹을 찾아가 추가로 70억원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보기 : [단독] K재단, 궁지몰린 롯데 팔 비틀어 70억 더 뜯어냈다(10.27) ) “기업인들이 나에게 굽신굽신한다, 기업인들 별 것 아니다”며 주변에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 계열사 사장단이 10월25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걸어 나가고 있다. 신 회장은 4개월에 걸친 검찰의 비리 수사를 받은 데 대해 사과하고 그룹을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셋째, 최씨는 정부와 기업을 움직여가며 딸의 승마를 지원했습니다. 최씨의 지시에 따라 한화 대신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가 됐고, 정유라씨는 삼성에게서 100억원대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10억원대의 비싼 말을 네 마리나 탔습니다. 박원오 승마협회 전 전무를 활용해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200억원대의 승마 지원 프로젝트를 기획했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보기 : [중앙] 최순실 측근 박원오 “문체부 국장 잘린 거 봤냐” 삼성 협박 ) 넷째, 평창올림픽과 관련해서도 부가사업을 계획했습니다. ( [제이티비시] 어느 금메달리스트의 폭로 “평창올림픽은 최순실 먹잇감” (10.30) )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씨는 7억원 예산이 편성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실무를 맡아 관리했고, 김종 문체부 차관과 통화하는 사이였으며, 평창올림픽 캐릭터 사업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장씨의 어머니 최순득씨가 2012년 이후 병으로 활동을 줄였을 뿐 ‘숨어 있는 비선실세’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다섯째, 심지어 공군 차기 주력 전투기 선정과 사드 배치, 군 인사에도 최씨가 개입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 [중앙] 최순실, 린다 김과 오랜 친분…무기 거래도 손댄 의혹(11.1) )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방위에 얽힌 비리에 국민적 분노는 커져만 갔습니다.
■ “비리의 몸통, 대통령이었다” … “검찰도 한통속”
검찰 발등엔 불이 떨어졌습니다. 검찰은 애초 사건의 발단이 된 두 재단 수사를 특수부가 아닌 단순 고발사건을 맡는 형사부에 배당(10월5일)해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샀었죠. 대통령 사과 다음날인 10월26일에야 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뒷북’을 친 검찰은, 27일 마침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지만 “대통령은 형사 소추의 대상이 아니다”(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29·30일에는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가 거부했습니다. 최씨 늑장 소환까지 합쳐져, 검찰도 청와대도 한 통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10월26일 오후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미르재단 사무실에서 압수수색한 물품을 차량에 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약점 잡힌 기업에 돈 내라…“정치깡패 수준”
특히 케이스포츠 재단의 경우 SK와 롯데 두 기업에 추가로 돈을 받아내려 했는데, 두 곳 모두 정권에 약점이 잡혀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대가성도 짙어 보입니다. ( ▶ [단독] “최순실 지시로 SK에 80억 요구…안종범은 확인전화” ▶K재단, 롯데 약점 헤집고 거액 수금…종착지는 ‘최순실 곳간’ )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던 롯데는 70억원을 입금했는데, 최씨는 롯데그룹 압수수색 정확히 하루 전에 이 돈을 돌려줍니다. 롯데가 압수수색될 것을 미리 알고 ‘뒤탈이 날만 한’ 돈을 부랴부랴 돌려준 것으로 보이는데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의 첩보를 최씨에게 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독] 우병우 민정수석실, 최순실에 ‘롯데 압수수색 정보’ 흘렸나) 우병우 민정수석도 두 재단과 관련돼 있다는 얘깁니다. 청와대의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CJ그룹에 압력을 넣어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했다(▶[SBS] “대통령 뜻이니 물러나라”…CJ에 압력)는 보도도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조 전 수석은 ‘녹취록’에서 CJ 관계자에게 “수사까지는 가지 않아야 하는데…”라며 말을 듣지 않으면 검찰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기업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고, 경영권까지 간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독재정권 시절 정치깡패들과 지금 청와대가 뭐가 다르냐”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014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가장 오른쪽). 청와대 공식 블로그 갈무리
롯데·CJ 건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인 5%로 떨어졌습니다.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가 빗발쳤는데도 버틴 결과였습니다.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월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인선에 대한 소감을 밝히던 중 활짝 웃고 있다. 김 후보자는 내내 여유있는 자세와 웃음을 보였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1월4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최근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첫번째 녹화방송으로 한 1분30여초간의 사과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두 번째 사과는 생방송으로 9분 가량 발표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 “박근혜 퇴진하라” 높아지는 목소리
11월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한 20만명의 시민·학생들이 문화제를 마친 뒤 종로방향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를 뽑아서 너무 죄송해 반성하려고 나왔다. 집회는 생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4일 대국민 사과에서 어려운 시절 운운하며 ‘감성팔이’ 하는데 그런다고 해결되나. 아이들도 잘못하면 책임지고 내려와야 한다는 걸 안다. 박 대통령은 나이가 몇 살인가.”
“우리가 대학생 때 열심히 데모해서 민주주의가 이뤄졌고,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면 아이들한테 좋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희대의 사기꾼이 나타나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다.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고, 제대로 된 한국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 퇴진 민심 당길 방아쇠는?
조선일보, 11월 7일
■ 사라진 7시간 미스테리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오후 5시10분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말했다.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