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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홀로 신음하는 독거노인들

한국사진기자협회 | 입력 2013.08.30 

서울역 인근 고시원에 살고 있는 최모 할아버지는 독거노인이다. 한때 돈도 많이 벌었다는 할아버지는 사업이 망한 뒤 지난 35년을 객지를 떠돌며 홀로 살아왔다. 할아버지의 세간은 벽에 걸린 옷가지 서너 벌과 이불, 작은 선풍기, 잡동사니를 담은 플라스틱 상자가 전부다. 할아버지는 35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안된다. "일요일에 교회 가면 2000원도 주고 3000원도 주고 대중 없시유." 노령연금 9만원에 일요일 교회를 돌며 받은 돈, 허드렛일을 하며 손에 쥐는 몇 푼을 보태 고시원비 20만원을 겨우 맞춘다. 틀니가 신통치 않은 할아버지는 아침, 저녁은 고시원에서 물에 밥 말아 먹고, 점심은 종로 뒷골목에서 200원짜리 급식으로 때운다. 손등과 팔다리에 시퍼런 핏줄이 불거지고 살짝만 부딪쳐도 피멍이 드는 피부가 민망해 무더위에도 긴소매 셔츠와 장갑을 끼고 외출한다. 할아버지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책상 밑 깊숙이 머리를 두고 눕는다. 발이 방문에 가 닿았다. 새로울 것 없이 무기력한, 그래서 더 고단해 보이는 하루를 그렇게 마무리했다.

↑ ▲ 최모 할머니가 남대문로5가 두 평 남짓한 쪽방에 누워 있다. 할머니는 넘어질까 무서워 바깥 출입을 삼간 채 종일 방에서 지낸다고 했다. 넘어지면 병원비와 약값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 ▲ 문모 할아버지가 낮 12시쯤 대한적십자사 봉사원이 배달해 준 도시락을 먹고 있다. 아침밥을 걸렀는지 순식간에 한 그릇을 해치웠다. 몸이 뒤틀리듯 아프다는 할아버지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그시 누르는 동작을 쉴 새 없이 반복하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다.

 

 

↑ ▲ 최모 할아버지가 머리를 책상 밑 깊숙이 두고 잠을 청하고 있다. 발이 방문에 가 닿았다. 할아버지는 반 평쯤 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 ▲ 최 할아버지가 종로 뒷골목에서 200원짜리 점심을 먹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며 동전을 챙기고 있다.

 

 

↑ ▲ 두 평 남짓한 김모 할머니의 월세방. "별의별 병이 다 있다"는 할머니의 머리맡에는 위장약, 두통약, 감기약 등 10여가지의 약이 놓여 있다. 할머니는 폐지를 주워 내다팔아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한다. 자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권자 지정이 안되는 할머니는 일자리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남대문로5가 쪽방에 사는 최모 할머니는 방안에 누워 지낸다. 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방은 퀴퀴하고 찌든 냄새가 난다. 벽을 따라 쌓여 있는 남루한 물건들이 할머니가 누울 공간만 겨우 내주고 있다. "자꾸 아파요. 넘어질까 겁이 나 외출도 못해요." 할머니는 웃음인지 고통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말했다. 복지관에서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 주지만, 소화가 잘 안돼서 즉석 죽을 따로 사먹는다. 기초생활수급권자라 매달 40만원을 받는 할머니는 방값으로 22만원을 내고 나머지로 생활한다. 할머니는 결혼해 중국으로 건너가 자식을 낳고 수십년을 살다가 남편을 여의고 12년쯤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 혼자 살고 있다. 중국에서 고생이 심했던 탓인지, "여기 와 배 안 곯고 지내는데, 이만 하면 호강이라요"라며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홀로 보내는 외로움에 잠시나마 위로가 돼서일까. 할머니는 기자에게 "고맙다"며 거듭 인사를 한다. 그리고 힘없이 덧붙였다. "목숨이 붙어 있으니까 살아야지요."

서울 곳곳에서 만난 독거노인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현재의 삶은 유사했다. 자식이 있지만 부양하거나 왕래하지 않았고, 그런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보호되지 않았다.

노령연금과 폐지수집 등을 통해 얼마간의 돈이 생기지만 방세와 병원비, 약값 대기도 버겁다.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먹는 것도 부실하다. 나뭇가지처럼 야윈 몸에 크고 작은 병들을 매달고 산다. 노인들은 작은 TV를 벗 삼아 몸 하나 겨우 뉠 공간에서 이 무더운 여름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다.

독거노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미 들어선 고령화 사회에서 극빈의 삶을 사는 독거노인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이 절실한 때이다. 흐르는 세월은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

사진기자 강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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