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편린들/버린 詩(발표)

저쪽 _ 시산맥 2023년 가을호

가짜시인! 2023. 6. 19. 10:03

저쪽

 

                   권상진

 

기다려도

다음 숨이 오지 않는 일을

엄마는 저쪽이라 했다

 

다 놓고

마지막 숨만 간신히 거두어

떠나는 아비의 뒷모습이

거기 있었다

 

우리는 모조리 남겨져 있었고

이삿날 두고 간 세간처럼

이쪽은 사소해졌다

 

이름이 있었지만

어미는 우리를 산 사람이라 불렀고

 

사소한 우리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어떤 궁리들을 시작했다

 

 

계간  『시산맥』 2023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