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시인!
2023. 5. 18. 15:09
햄릿 증후군
등산이나 갈까 싶은 일요일 오전
분식집 메뉴판 앞에서 고민에 든다
첫 끼는 밥이지 하며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가
그래도 분식의 꽃은 라면이 아니던가
라면과 김밥 한 줄로 주문을 바꾼다
짠 라면은 밥이라도 말아 먹지
싱거운 라면은 밀가루 냄새만 가득해서
고행하듯 반쯤 비워 가는 찰나
등산복 차림의 중년 슬그머니 들어와
옆자리에서 반가사유 하고 있다
흘깃 내 밥그릇을 탐내는가 싶더니
라면에 김밥 한 줄요!
하마터면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칠 뻔했지만
되는 놈은 어떻게도 되는 법
금세 야채볶음밥으로 갈아탄다
순간 그에게 엄지척을 날릴 뻔했다
월간 『모던포엠』 2018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