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시인! 2018. 8. 6. 13:04

뒷짐

 

  

 

비 그친 안압지 연밭을 걷는

빈 등이 무거워 보이는 한 사람

꽃구경을 왔을 텐데

무심히 꽃을 지나치는 저 집중

질퍽대는 발자국만 등 뒤로 흘리며 걷는 길에

사랑도 증오도 하나 버릴 것 없이

떼어 놓을 수 없는 등짐처럼 지고 가는 것일까

꽃은 무슨

경치는 무슨

중얼거려서인지, 연밭에 물 넘는 소리 때문인지

초록 연잎이 잠깐 출렁인다

그때 꽃들은 자태를 버리고

가만히 저 이의 배경이 되어 주는 것이다

연잎이 다소곳하게 물방울들 모아서

사는 일 한번 무겁겠다고

목 한 번 축이고 가라고

간들간들 뒷짐 진 손을 향해

줄기를 늘여 보는 여름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