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가을 청암사
가짜시인!
2018. 8. 6. 12:58
가을 청암사
속세를 벗고 여기까지 오면
골짝마다 바알간 단풍 냄새가 난다
불령동천佛靈洞天에 가을이 씻겨
물빛은 밝은 단풍 빛
가을 산사山寺는 환하게 저물어 간다
텃밭서 돌아오는 앳된 여승女僧들
두 볼에 볼그레한 단풍 그림자를
꽃술처럼 묻혀 들어서는 초저녁
길마다 판화처럼 그려져 있는 사람들 흔적을
낙엽 쓸듯 비질로 지우고 있다
가슴마다 싸리비 하나씩 품고
절 문밖 기억을 지우고 있다
산길 따라 내려오는 저녁 예불 소리
산사는
청명한 죽비 소리에 속세를 놓고
가을을 더불고 가만히
선禪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