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이정록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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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의 특강을 듣고 왔다.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문정헌(경주에 있는 북카페) 잔디밭에서
행사용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눈과 귀는 시인에게 집중되고 있었지만 강연자료로 나눠준
15page 짜리 팜플릿을 든 손은 옆에 앉은 딸아이에게 달려드는 모기를 쫒느라 바빴다.
위에 적은 시나 「문병」같은 이정록 시인의 시를 아주 좋아하거니와 시인보다 더 시인 같은 삶을
살아오신 시인의 어머니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긴 시간이었지만 지루하지 않은 강의였다. 강의 자료는 직접 자판을 두드려 블로그에 올려 두었는데
거기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내용이 있어 여기에 적어두고 싶다.
그 하나는, 시인은 감성언어를 사용해야지 감정언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고
그 둘은, 시 한편을 써놓고 그 속에 군더더기처럼 있는 수식어와 접속어를 모두 지우고 다시 들여다
보라는 것이다. 그러고 남은 것이 시인이 세상을 바라본 정확한 눈이고 시인의 사상이라는 말씀.
결국은 좋은 시란 언어로 언어를 꾸미고 덧붙일 것이 아니라 본질만을 이야기 하고 늘여놓지 않는
것임을 이야기 하는 것일게다.
돌아와서 이 시를 읽어보니 수식어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 가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