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섬 / 나호열
[읽은 시 한 편]
떠도는 섬
나 호 열
섬들이 부딪치지 않으려고
파도로 외로움을 만드는 시간
눈에 불심지를 매단 차들이
조심조심 좌우로 앞뒤로
순례의 길을 간다
섬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섬
무언의 깜빡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신을 닮은 우리는 스스로 고독한 채
말문을 닫는다
길 위에 떠도는 다도해
긴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해도
물 속에 다리를 묻은 두루미처럼
몹시도 가려운 그리움의 바닥을 쳐다보며
커엉컹 개 짖는 소리 들린다
급히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어둠의 벼랑 아래로 아득히 추락하는
떠도는 섬
[짦은 생각]
'섬' 이라는 말에는 묘한 어감이 있다. 그것이 무인도일 경우에 더욱 그렇다.
웅성대는 무리에서 벗어난 외따로움. 모든 관계에서 벗어난 절대고독.
섬 속에 살고 있는 또하나의 섬. 시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현재를 살고 있는 이 공간도 (관계 속에서의) 섬이고 그 속에 살고 있는 각자들도 개체로서의 섬이다.
정현종 시인의 섬처럼 그곳은 사람과 사람 사이, 즉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가 끊어진 고독의 자리와 닿아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하나의 섬은 다시 나, 너,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아닐까. 시인의 말 대로라면 그 섬은 신을 닮았다.
'닮았다'는 말은 '아니다'의 의미 이다. '무언의 깜박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지만 결국 우리는 신이 아니라 신의 영역을 흉내 내고 있는 고독한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을 게다. 자동차도 섬, 그 속의 나도 섬. 이 도시도 섬. 이 지구도 결국 신 앞에서는 고독한 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 큰 비유. 시인은 이미 이 경지를 벗어나 있어 보인다.
시집 「촉도」는 각각의 단편에서 오는 감동도 감동이려니와 한 권을 다 읽고 난 후 묵직하게 다가오는 시인의 삶과 시에 대한 자세를 생각하게 해준다.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가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