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염소 브라자 / 공광규

가짜시인! 2013. 10. 3. 09:27

 

염소 브라자

 

                 공광규

 

북쪽에서는 염소가

브라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웃으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사람이 먹어야 하니까

젖을 염소 새끼가 모두 먹을까봐

헝겊으로 싸맨다는 것이다

 

나는 한참이나 심각해졌다가

그만 서글퍼졌다

내가 남긴 밥과 반찬이 부끄러웠다

 

♥가짜시인의 단상

아직 나누어야 할 곳이 많다. 멀리 보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도 말이다.

대한민국에 밥 굶고 사는 사람이 어디있냐고들 하지만, 찬찬히 돌아보면 아직도 우리 곁엔 허기진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어제 서울역 광장 구석에 숨듯이 서서 그 흔한 종이 박스나 신문지 한 장 없이 맨바닥에 드러누운 거무스레한 피부들을 보았다.

저들의 생계가 궁금하다. 내가 사는 이곳 경주나 지방 소도시들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대한민국의 노숙은 대부분 서울에 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슬슬 이런 시가 눈에 든다.

따듯한 겨울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