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깊은 산에 숨어있는 한 무덤을 바라보다 / 조수윤

가짜시인! 2012. 10. 16. 16:03

깊은 산에 숨어있는 한 무덤을 바라보다 

- 기호에 대한 명상 마침표

 

                                조 수 윤


겨울산 속에 누군가의 마침표 하나 찍혀 있다

주어 술어 한 짝씩 가난한 짚신 문장도

다이아몬드 오팔빛깔 잘난 것들도

무겁게 찍힌 마침표가 되어서


쉿-

조용히 누워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문장같은

터널 안에서

불같이 달리다가도 결론에 다다르면

누구든지 마침표 앞에 무릎을 꿇어야만 한다


하지만 마침표는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기에

왕릉을 올려다보는

애기무덤은 슬퍼하지 않는다


하얀 눈을 깔고 그 위에 꽃을 피우며

다시 새로운 문장이 시작될 것을 알기에

마침표 정수리 끝에 누워 동그랗게 동그랗게

낡은 꿈을 말아 새 꿈을 꾸고 있다

 

 

/제6회 전국대학생 문예작품공모전 대상 작품 /